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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by Feb 25. 2024

홍콩 최고의 딤섬 맛집은 바로 여기

Luk on kui in Hong Kong, 2024

홍콩의 맛있는 먹거리 하면 여러 가지가 머리를 스치지만,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홍콩의 딤섬이 아닐까 싶다. 사실 딤섬은 광동 지방의 점심 요리를 뜻하니, 엄밀히 말하면 홍콩만의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홍콩의 딤섬이 워낙 유명해서, 홍콩의 대표 음식 하면 이 딤섬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딤섬을 한문으로 적으면 점심이 된다. 특정한 음식 한 가지를 지칭한다기보다는 점심으로 먹던 여러 가지 음식을 통칭하는 표현인데, 브런치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 먹으러 갈래?' 하면 딱 한 가지 음식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대략 어떤 음식이 나올지 상상할 수 있듯이.


이름의 유래처럼, 딤섬은 보통 아침과 점심에 주문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저녁에는 주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딤섬 전문 레스토랑이야 아침이던 저녁이던 딤섬을 하지만, 일반 광동식 레스토랑이라면 점심에는 딤섬을, 저녁에는 정통 요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에는 아예 딤섬 메뉴판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점심에 비해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딤섬이라고 하면 보통 하가우나 샤오마이 등 간단한 만두류의 음식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중국의 식문화가 본래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식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간단한 간식류를 먹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콩의 딤섬 전문 레스토랑에 가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딤섬 외에도 죽 같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음식을 볼 수 있다. 결국 어떤 엄격한 체계가 있다기 보다는, 간단한 점심 메뉴 정도라고 하면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홍콩의 유명한 딤섬 레스토랑 하면 여러 곳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사실 딤섬 전문 레스토랑이 아닌 고급 광동 중식당에서도 점심 메뉴로 딤섬을 맛볼 수 있는데, 세계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받았던 중식당(현재는 2스타) 포시즌스 호텔의 '룽킹힌' 같은 고급 식당도 포함된다. 룽킹힌에서 독립한 셰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팀호완은 우리나라까지 진출해 있는 딤섬 레스토랑이며, 또 이 팀호완에서 독립한 셰프가 차린 딩딤 1968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원딤섬, 딤딤섬 같은 곳도 유명하다.


오늘 글의 소재가 된 이 식당 또한 유명세로는 빠지지 않는 곳이다. 우리 나라 방송에서도 여러 번 취재한 식당인데, '육안거' 라는 곳이다. 영어로 쓰면 'Luk on kui', 딤섬과 광동 음식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다.


간판을 보니 신장 개업한 모습이 역력한 이 식당. 하지만 사실 이 식당은 '린흥귀' 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했던 곳이다. (우리나라 방송 취재 또한 이 '린흥귀' 를 취재한 것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는데, 내부 시스템이나 음식은 동일하다는 안내를 볼 수 있었다.


이름만 바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아마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다)

'린흥귀' 가 유명했던 이유는, 홍콩에 몇 남지 않은 전통 방식의 딤섬 식당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했던 전통 식당은 센트럴에 위치한 연향루였다고 하는데,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이었지만 코로나 기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연향루와 같은 집안에서 운영하던 식당이 이 '린흥귀' 였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홍콩 전통 방식의 딤섬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여기서 자극적인 제목의 뜻을 밝힌다. 눈치를 채신 분도 있겠지만, best가 아닌 oldest의 의미를 가진 최고다. 더 오래된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최고라고 부르기에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정말, 정말 정신 없다. 여기서 밥을 먹는다고?

식당 내부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통 방식으로 딤섬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에게 워낙 유명한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 특히 노년의 현지인 고객이 더 많아 보였다. 모두 큰 원형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어 한 테이블을 다 채울 수 있는 인원이 아니라면 합석은 기본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합석 문화가 일상화 된 이유는 홍콩의 높은 땅값도 한 몫 헀다고 알려져 있는데, 워낙 땅값이 높다 보니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매출을 내야만 가게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테이블 간격을 좁게 하고, 일단 빈 자리에는 무조건 사람을 앉힌다는 것.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 없이 메뉴를 바꿔 가면서 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식당의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이 글에서는 아직 익숙한 이름인 '린흥귀'로 계속 표기하려고 한다. 홍콩 린흥귀를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합석은 기본, 눈치껏 앉아야 하며 아무도 신경써 주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악명 높은 식기 차로 씻는 방법까지. 대부분의 평은 이렇다.


'맛과 현지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굉장히 좋은 식당이지만, 위생과 친절에 민감하면 비추천'



과연 어느 정도길래 싶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핏 보니 한국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들이 보인다. 이대로 가면 한국인과 합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왕 현지 분위기를 느끼러 온 마당에 굳이 한국인과 합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다 정장을 입은 어르신 서버와 눈이 마주쳤다. 린흥귀의 서버들은 검은 색 정장 조끼와 흰 셔츠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전부 깨끗한 새옷이었다. 아마 '육안거' 로 이름이 바뀌면서 전부 새로 맞춘 모양이다. 어르신 서버에게 얼른 손가락으로 두 명이라고 표시하니 손짓으로 자리를 안내해 준다. 자리는 물기가 흥건하기는 하지만 치워져 있긴 했다. 테이블에는 현지인 어르신 한 분이 딤섬 하나를 주문해 놓고 신문을 보며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린흥귀에서는 자리 안내도 따로 해 주지 않아서 알아서 자리 잡고 앉아야 한다더니, 자리 안내도 해 주고 생각보다 친절한데?'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린흥귀의 종업원들은 역할이 모두 구분되어 있었다. 정장 조끼를 입은 서버는 (대부분 고령의 남성이지만, 여성도 있다) 자리를 안내하고 차를 따라 주며, 주문표를 가져다 준다. 푸른 색 셔츠에 앞치마를 한 분들은 카트를 밀고 다니며 딤섬을 주고, 주문표에 도장을 찍는다. 그 외에도 다 먹은 그릇을 한번에 내 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고, 서로의 역할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어서, 카트를 몰고 다니는 분들에게 자리 안내를 부탁해 봐야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스타일의 식당에서는 예상대로 종업원들의 역할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하며, 이 역할 구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 채용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그 유명한 딤섬 카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린흥귀가 고수하고 있는 전통 스타일이라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린흥귀에서는 딤섬에 대해 별도 주문을 받지 않는다. (요리류는 주문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딤섬 카트가 돌아다니는데, 카트에는 그때그때 다른 딤섬이 들어 있다. 고객은 딤섬 카트가 지나갈 때, 혹은 카트 앞에 자신의 주문표를 가지고 가서 딤섬을 고르면 된다. 



딤섬을 고르면 해당하는 딤섬의 가격에 맞게 주문표에 표시를 해 주고, 나갈 때 총 얼마나 먹었는지를 회전초밥처럼 계산하는 방식이다. 주문표만 봐서는 얼마인지 알 수는 없는데, 계산대에 가보면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의외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식기와 대접이 나왔다. 중국의 앞접시는 보통 오목한 사발을 준다. 그리고 차는 우롱 티, 자스민 티 등 원하는 차 종류를 말해보라고 하여 무난한 우롱 티로 주문했다. 큰 사발에 뜨거운 물을 붓고 서툰 손으로 식기를 씻고 있었는데, 조끼를 입은 서버가 지나가다가 식기를 어떻게 씻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 주셨다. 사실 이 지점에서 불친절하다는 이미지는 확실히 없어졌다. 



식기를 직접 씻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데, 완전 남이 먹던 식기가 나와서 그걸 설거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뽀득뽀득 설거지 해서 가져온 건 또 아닌 것 같고... 그릇을 데우는 효과도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겠다. 다만 지인이 물어본다면, 특별히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다고 답할 것 같다. 조금 특이한 것은 그냥 뜨거운 물로만 식기를 씻지 않고, 마시는 차로 한번 더 씻었다는 것. 찻주전자에는 뜨거운 물을 계속 추가해 주기 때문에, 차로 식기를 씻어도 크게 아깝지는 않았다.






홍콩은 딤섬을 반드시 차와 함께 즐기는 '얌차'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얌차의 뜻을 풀면 '차를 마시다' 는 뜻이니 딤섬과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 말은 홍콩에서는 차와 함께 딤섬을 먹는 것을 뜻한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중국의 식당은 술과 요리를 하는 주루와 차를 판매하는 다관이 있었는데, 서로 각각의 영역을 존중했다고 한다. 이 때 다관에서 차와 함께 즐기도록 내어 주는 것이 보통 간단한 간식류였는데, 딤섬 또한 간식류에 들어가니 여러모로 차와 뗄 수 없었을 것이다.


비싼 고급 식당에서는 딤섬의 찜통을 은으로 된 것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식당에서는 이렇게 대나무로 된 찜통을 쓰는데, 막상 열어 보면 찜이 아닌 튀김 등도 들어 있다. 홍콩에서 1년간 먹은 딤섬 대나무 바구니를 쭉 이어 놓으면 지구를 세 바퀴 돌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다.


대부분의 식당은 딤섬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면 딤섬을 가져 오는 스타일로 바뀌었고, 이렇게 카트를 밀고 다니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자리를 잡고 식기를 씻은 다음, 주문표를 들고 카트 앞으로 돌진했다. 카트를 몰고 다니는 분들은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으나, 주문표를 들고 온 고객을 보고 하나씩 대나무 바구니를 열어 딤섬을 보여 준다. 직접 열어 보아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데, 열어봤다고 해서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가져온 것은 창펀. 창펀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데, 쌀과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반죽을 얇게 편 다음, 피 안에 새우나 소고기 등 속을 채운 것이다. 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쫄깃함과는 약간 다른 느낌인데, 우리가 기대하는 것 보다 살짝 흐물거린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피 때문에 살짝 호불호가 갈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입에 잘 맞았다. 린흥귀가 위생과 관련해서 혹평을 받는 경우는 꽤 있지만, 음식 맛으로 혹평을 받는 경우는 잘 없어 보였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바로 만든 딤섬이라 따끈따끈하고, 새우가 완전히 형체가 없어지도록 다진 것이 아니라 씹을 때 탱글탱글한 식감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살짝 새콤한 맛의 소스도 잘 어울렸다.


다른 카트를 기다리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니, 젊은 중국인(아마 본토에서 온 관광객인 것 같다)들도 단골인 듯 한 어르신에게 식기 씻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본토에서는 이런 경우가 잘 없나 보다.



카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두 류의 딤섬만 도는 것이 아니고 정말 다양한데, 죽도 있고 이런 튀김도 있다. 가만히 보면 튀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빵 같은 것도 돌아다니니, 정말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간식류는 다 한다.



다음으로 가져온 것은 작은 고기였는데, 돼지갈비 맛이었다. 양념은 딱 돼지갈비 느낌인데 너무 달지 않고 슴슴했다. 아래의 피는 쫄깃한 만두피 같은 것을 잔뜩 올려 주었는데, 피까지 다 먹었다간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 고기만 먹었다. 작은 뼈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어디 부위인지 잘 모르겠는데, 먹기에 걸리적거리지는 않았다.



보통 바비큐 포크번이라고 부르는 차슈바오. 홍콩 스타일의 달착지근하고 짭쪼름한 바비큐 고기를 넣은 찐빵이다. 왕만두 느낌을 생각해도 좋은데, 차이가 있다면 다진 고기가 아니라 바비큐 고기가 제법 크기로 들어가 있다는 점.




모처럼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카트가 나오자마자 달려가 봤다. 



덕분에 딤섬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샤오마이를 만날 수 있었다. 돼지고기와 새우를 이용해서 만드는 딤섬. '마이' 류의 딤섬은 이렇게 윗부분을 열어 놓아 속을 볼 수 있다. 피의 노란 색은 계란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히 모양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다만, 입 안에 넣으면 새우의 신선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오래된 요리 만화를 보면 맛을 묘사하기 위해 '입 안에서 새우가 살아 움직인다' 등의 표현을 쓰는데, 진부하지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서 린흥귀를 포함해 총 네 곳에서 딤섬을 먹었다. 다른 세 곳은 모두 미슐랭 스타, 게다가 두 곳은 3스타 레스토랑이었지만, 기본 딤섬의 맛에 있어서는 린흥귀가 결코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재료의 다양성에 기반한 맛의 다채로움이나 모양의 화려함은 차이가 크지만, 기본적인 딤섬의 맛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아마도 엄청난 회전률에 의한 재료의 신선함, 가게와 함께 오랜 세월을 지켜온 무명의 장인들이 빚어낸 맛이 아닐까 싶다. 이 식당을 포함하여 홍콩을 다루었던 세계테마기행에서도 출연자인 왕병호 셰프가 '홍콩의 노포에는 가게마다 30년, 40년씩 같은 일을 해 온 장인들이 많다' 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이 메뉴는 정확히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하가우 계통일 것이다. '가우' 는 투명한 전분 피를 사용하여 속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 차이가 있다면 모양이 어째 우리나라 손만두 느낌에 좀 더 가깝고, 피도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다. 속은 새우만 쓴 것은 아니라 고수를 같이 넣었는데, 고수의 양이 과하지 않아 아주 살짝 고수가 들어갔다는 느낌만 주고 새우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쫄깃한 피의 식감과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여러모로 좋았다.


바삭하게 튀긴 춘권으로 마무리. 예상했던 맛.






린흥귀의 최고의 장점은 의외로 맛이었다. 다채롭고 화려한 딤섬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져다 먹은 하나하나의 딤섬에서 오랜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다만, 역으로 왜 이러한 전통 방식이 점차 사라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먼저, 손님이 먹고 싶은 딤섬을 고를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딤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하가우' 를 먹고 싶어한다. 나도 그랬기 때문. 그런데, 팀호완이나 딤딤섬 같은 현대화된 딤섬 전문 레스토랑에서는 먹고 싶으면 주문하면 그만이지만, 린흥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심지어 우리처럼 식사 내내 하가우 카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안 먹은게 아니라 없어서 못 먹었다!)


게다가, 린흥귀처럼 손님이 끊이지 않는 대형 식당 (린흥귀는 이 건물 두 개 층을 통으로 쓴다.)에서야 이렇게 먼저 딤섬부터 만들고 보는 방식을 취하더라도 나오자마자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음식의 회전율이 좋겠지만, 작은 식당에서 이렇게 했다간 도저히 재고 관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딤섬 카트가 한바퀴 돌고 왔는데 특정 딤섬이 절반 이상 남았다면? 분명히 그 카트는 다시 한바퀴 돌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돌면 돌수록 딤섬이 점점 식어서 맛이 없어진다. 그러면 그 딤섬은 더 안 먹게 될 것이다. 뚜껑 열어 보면 말라붙어 있는데 그걸 가져가서 먹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아마 이 방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몇몇 곳의 식당은 이 풍경을 그대로 남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장면이, 연배가 높은 단골들이 합석한 젊은 사람들에게 이 곳의 운영 방식이나 식기를 세척하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어떤 딤섬이 맛있다 등을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중국어로 대화하니 대략 짐작만 했지만, 맞는 것 같다.) 또 어떤 쪽은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끼리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데, 아무리 봐도 합석한 사람들 같았다. 물론 신문이나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사와 차를 나르는 서버들도 하나같이 중년 또는 노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홍콩에서는 식당의 종업원들이 오래 근속할수록 그 식당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중국인들은 오래 된 그릇에 음식을 내어 오는 것을 손님을 대접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오래 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릇이 약간 이가 빠지거나 하더라도 못 쓸 정도가 아니면 오히려 그릇이 오래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보기도 한다고.


홍콩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그려본 모습은 현대적인 홍콩이라기 보다는 80년대에서 00년대까지, 홍콩 영화에서 보던 풍경들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어떤 모습은 남아 있고 또 어떤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린흥귀에서는 기대했던, 어쩌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정확히 이 식당을 본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주인공들이 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식당이었다. 그들이 그때 그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나에게는 이 식당이 두 가지 모두의 의미로 최고의 식당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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