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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상치 못한 라이벌.

by 부자형아

수호네 건물주가 찾아왔다.

공실이던 옆 자리에 프랜차이즈를 받으려고 하는데 겹치는 메뉴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6개월 동안 비어있던 자리라 어떤 업종이 들어올지 굉장히 궁금했던 수호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이면서 밀키트 업체라고 한다.

요새 밀키트 매장이 엄청나게 대세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반찬가게 옆으로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고기만 전문으로 하는 밀키트 업체란다.


처음엔 건물주가 수호에게 들어와도 괜찮겠냐는 식으로 묻더니, 자세히 들어보니까 벌써 계약을 한 것 같았다.

이럴 거면 뭣 하러 물어보는지...

미안해서 물어본 것 같았다.

겹치는 게 있었지만, 수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밀키트처럼 포장된 음식이 바로 조리해서 판매하는 음식을 이길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무인 밀키트 업체라 그런지 인테리어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뚝딱 매장이 만들어지더니 어느덧 오픈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3일 동안 모든 제품의 가격을 50% 할인해 준다고 한다.

그렇게 이벤트가 시작되었고...

3일 동안 수호네 매출도 50% 떨어졌다.

몇 가지만 겹치길래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고기를 구매한 손님들이 수호네 가게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메인 요리를 구매했으니 굳이 밑반찬을 사지 않는 것 같았다.


수호는 조금 당황했다.

주변에 요식업이 생긴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전혀 감이 없었다.

이 동네에서 경쟁상대는 건너편에 있는 반찬가게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장사를 해보니 주변에 있는 모든 요식업 가게가 경쟁상대로 느껴졌다.


빵, 죽, 분식, 치킨, 부대찌개, 디저트, 샐러드 카페 등이 주변에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를 구매하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새는 스무디나 샐러드 같은 것도 밥 대신 먹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니...

고기를 파는 밀키트 업체는 얼마나 더하겠는가.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업종을 수호의 경쟁상대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밀키트 업체가 오픈하면서 앞으로 매출이 조금 떨어질 것 같았다.

다른 업종의 요식업이 들어와도 이렇게 매출에 타격이 있는데...

반대편에 있는 반찬가게는 수호가 들어오고 정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드는 수호였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떡하겠는가.


수호가 이 동네를 선택했던 이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반찬가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전 조사를 하면서 반대편에 있는 반찬가게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더더욱 확신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었다.

결국은 어딜 가든지 약육강식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건물주는 미안했는지 옆집의 이벤트가 끝나는 날 늦은 저녁쯤 수호를 찾아왔다.

“사장님, 여기 이벤트 끝나면 별 볼 일 없을 거야. 내가 먹어보니까 그냥 그래. 너무 걱정마.”

“네~ 뭐. 그렇겠죠. 저한테 물어보시기 전에 벌써 다 계약하신 거 알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내가 비슷한 업종은 웬만하면 안 넣기 때문에 사장님한테 미리 물어보고 넣은 거잖아.”

“네네~ 아무렴 그러셨겠죠. 근데 저보다는 저 끝에 족발집 사장님이 더 타격이 클 것 같은데... 반대 안 하셨어요?”

“아 그 족발집 사장님하고 여기 밀키트 집 사장님하고 좀 아는 사이라서 그냥 넘어갔나 봐. 여기 자리가 워낙 좋잖아. 참, 그건 그렇고. 사장님도 좋은 일 생겼어! 저기 반대편 반찬가게 있잖아. 거기 부동산에 내놨데. 안 나가면 올해까지만 할 거라던데? 아마 사장님네 장사 잘돼서 접는 거 같아. 축하해”

“그게 뭐 축하할 일인가요. 옆집 밀키트 들어오고 보니까 괜히 그 집에 미안해지네요”

“사장님. 그렇게 착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독하게 살아야 돈을 벌지. 내 이빨 보여? 나 독하게 살아서 이빨도 치료 안 하고 살았어. 그래야지 악착같이 돈 벌고 부자 되는 거야. 여기서 오래오래 장사해서 사장님도 돈 많이 벌어야지. 안 그래?”


맞는 말이다.

자영업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직접 경험해보니 책에서 알려주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책에선 항상 부지런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사에 열린 마인드로 성공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이다.

택도 없는 소리다.


그런 것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나저나 매출이 이렇게 계속 떨어지면 안 되는데...

사람 고민을 해결하고 나니 다른 곳에서 고민이 생겨난다.


도대체 자영업의 좋은 날은 언제 오는 걸까?

예상치 못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고민이 생기는 수호였다.


‘앞으로 주변에 다른 요식업이 또 생기지는 않겠지?’

어두운 수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에선 연말을 알리는 불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함박눈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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