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8가지 나물과 오곡밥을 정신없이 만들고 판매했다.
오픈 첫날과 비슷한 매출을 찍을 정도로 정말 엄청나게 바빴던 수호네.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음료를 사러 단골 카페로 간다.
새해가 되고 건너편 반찬가게가 있던 자리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왔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저가 커피인 데다가 요새 한창 뜨는 브랜드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 카페 들어와서 장사 안되죠?”
“포기했어”
“..................”
“10분의 1로 줄었어...”
“저는 여기로 올 거예요. 제 직원들도 여기로 오라고 할게요.”
“괜찮아.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4월에 계약도 끝나서 그만하려고 생각 중이야.”
“다른 곳으로 가서 하실 거예요?”
“아니. 자영업이라는 게 사장님도 해보니까 알잖아.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두는 거. 나도 여기 시설 투자만 1억을 했는데 3년 동안 다 회수를 못 했어. 커피 머신기만 5,000만 원이야. 팔려고 알아봤더니 반도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 다른 데로 옮겨서 할까도 생각했는데... 기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곳에 돈이 들어가잖아. 그래서 이제는 지쳐서 못 할거 같아. 지금처럼 그만둘 수 있을 때 내려놓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저도 이제 1년 다 돼가는데 투자금 회수가 안 돼서 걱정이에요.”
“그래도 사장님은 젊잖아. 나는 곧 50이야. 어디서 써줄 것 같지도 않고. 그래도 애들은 다 커서 지들 밥벌이하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사장님은 아마 잘될 거야. 내 주변에 사장님처럼 부지런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지금은 힘들어도 자영업이라는 게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오는 거야. 대신 건강관리만 신경 써. 몸 망가지면 절대 안 돌아와.”
“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만두시기 전에 자주 올게요.”
수호는 그 뒤로 카페 사장님을 만나지 못했다.
4월에 그만두신다더니 갑자기 한 달 만에 정리하고 사라지셨다.
오며 가며 인사하던 분이라 연락처는 따로 받아두지 않았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본사 교육을 받을 때 이사라는 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 사람들은 점점 프랜차이즈의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절대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개인 카페도 자영업이고, 프랜차이즈 카페도 자영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같은 업종이라도 프랜차이즈를 더 선호한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해서 그런가?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작은 자영업이고 프랜차이즈는 큰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호네 건물주 같은 사람.
프랜차이즈라고 하니 월세를 5만 원 올려받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가게가 더 능력 있고 잘하는 곳이다.
개인 가게 사장님들은 자신만의 노하우, 시그니처,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무기로 자신만의 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누가 더 장사가 잘되고 돈을 많이 버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똑같은 자영업자이고, 그 세계는 약육강식이라는 것이다.
수호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이 동네에 새로운 반찬가게가 들어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것도 더 큰 프랜차이즈 반찬가게라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개인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밀키트 가게가 들어온다고 한다.
또 요식업이다.
요새 뜨는 업체인데, 부대찌개가 유명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