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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올 것이 왔구나.

by 부자형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이제는 주변에서 걸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코로나 말이다.


수호네 홀 직원도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아침부터 죽을 것처럼 빌빌대면서 그냥 감기라고 빡빡 우긴다.

오전에 어느 정도 일이 끝나고 당장 병원부터 다녀오라고 보냈다.

“사장님. 죄송해요. 저 코로나래요.”

“거봐요. 아침부터 죽을상이더니 병원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저 어디 돌아다닌 적이 없는데...”

“죄송할 게 뭐 있어요. 요새 너도나도 다 걸리는데. 출퇴근하다가 옮았겠죠. 빨리 짐 싸요.”

“매장은 어떻게요??”

“매장 걱정은 내가 할 테니까 일단 빨리 집에 가서 쉬어요.”


네 명 중 한 명이 걸리는 꼴인데 당사자가 죄송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반찬 몇 개 담아주면서 당장 들어가라고 보내는 수호다.


1년 전만 해도 확진자가 나타나면 도망가기에 정신없었고, 동선을 따라 방문했던 곳은 모두 폐쇄되었으며, 자가격리는 무려 14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


지금은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지나간다.

자가격리 기간도 일주일로 단축되었고, 동선 파악은 이제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실장님이다.

그나마 수호는 직원들과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염될 확률이 낮았지만, 실장님은 홀 직원과 매일 점심도 같이하고 하루 종일 붙어있기 때문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았다.


홀 직원이 집으로 가자마자 난리가 났다.


“내가 코로나 안 걸리려고 4차 백신까지 예약했는데 진짜 미치겠네. 그러니까 쟤는 왜 백신도 안 맞고 저렇게 버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사장님은 왜 백신 맞으라고 얘기 안 하시는 거예요? 백신을 안 맞아서 걸린 거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피해를 주는데 뭐라고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실장님. 백신을 내가 강제로 맞으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작용 때문에 무서워서 안 맞겠다는데 그걸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만약 백신 맞으라고 했다가 잘못되면 실장님이 책임지실 건가요?”

“잘못될 게 뭐 있어요. 젊은 애가. 전 세계 사람이 다 접종하고 있고,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맞아야 하는 거죠. 우리 애들도 직장에 피해주지 않으려고 접종했다고 하던데!!”


어린애도 아니고 강제로 백신을 맞고 오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에 하나라도 정말 부작용이 생겨 잘못된다면, 수호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걸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빠르게 일을 마무리한 뒤 수호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간다.

이제는 신속 항원이라는 것이 생겨서 지정된 장소에서 15분만 대기하면 결과가 나온다.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잠복기간이 15일이라 자주 검사를 하러 오라고 한다.


실장님도 검사를 위해 1시간 일찍 퇴근시켰다.

퇴근하면서까지 본인도 걸릴 것 같다며 궁시렁 궁시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실장님도 음성이란다.


실장님이 들어가고, 수호는 은채와 장모님께 차례로 연락을 한다.

일주일이라는 공백을 메꾸기 위해선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올 줄 알았기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벌어지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을 봐주시기 위해 또다시 수호네 집으로 오신 장모님.

그리고 일주일 동안 혼자 식사를 하실 장인어른을 생각하니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홀 직원은 자가격리 기간이 일주일이었지만 3일만 더 쉬고 출근하라 했다.

잠복기가 있으니 2주 쉬고 나오게 해달라는 실장님 때문이다.

겨우겨우 타협하여 주말 포함 10일로 합의를 본 것이다.

은채와 장모님께 일주일이상 더 부탁할 수도 없었기에 수호도 최대한 양보한 것이다.


은채가 매일 도와주면서 홀 직원이 나오지 못한 기간을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도와주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나 보다.


홀 직원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출근을 시작한 날, 은채는 몸살기가 있다고 했다.

긴장이 풀리고, 오랜만에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며 괜찮다고 하는 은채.


수호는 미안하고 걱정이 되어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우리 은채 안 아프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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