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클릭해 봐, 넌 도넛 먹고 싶고~♪
미국에서 전통음식을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미국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하나쯤 있어야죠. 물론 피자나 햄버거는 안 됩니다. 미국 말고 다른 나라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타코, 치폴레도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넛 어떤가요? 도넛.
미국 하면 떠오르는 음식 도넛. 영화를 보면 항상 미국 경찰이 달고 사는 도넛.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맨하탄에 살 때 저희 집에서 매디슨스퀘어 파크가 정말 가까웠거든요. 쉑쉑버거가 시작된 1호점 트럭이 있는 곳이죠. 어느 날 가는 길에 보니까 비어있던 상가에 크리스피크림 도넛 시트지가 발려있는 겁니다. 입점이 결정됐나 봐요.
도넛을 잘 사 먹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때 던킨보다 크리스피크림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이른바 '본고장의 맛'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3주면 끝날 인테리어 공사를 1년 넘게 뭉그적 거리더니 결국 미국 떠날 때까지 문 여는 건 못 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뉴욕에서 정말 최고의 도넛을 경험하고 싶다면, 물론 '2개 먹기' 이런 반칙 말고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냥 큰 도넛을 먹으면 되죠. 그럼 만족스럽죠. 다른 하나는 월마트에 가서 싼 도넛을 많이 사 먹는 겁니다. 둘 다 아주 만족스럽죠.
큰 도넛은 맨하탄 19가 5번가에 있습니다. 현지인이라면 '5번가'라고 했을 때 '아 힙한 곳인가 보다' 바로 나와줘야죠. 농담입니다. 5번가에서 힙한 곳 다 지나고 밑으로 계속 내려와서 주택가까지 오면 거기쯤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도우도넛(Dough Doughnut)'이에요.
우스갯소리로 큰 거 먹으면 만족스럽다고 했지만 여기 그래도 유명한 집입니다. 여기 도넛의 특징은 2가지인데요, 하나는 정말 크다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모든 반죽에 시나몬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시나몬도넛이 디폴트예요. 그래서 호불호가 좀 갈립니다.
어때요? 보기만 해도 먹음직한 도넛이죠? 먹음직하면서 동시에 '저걸 다 먹어도 되나' 싶은 죄책감도 드는 비주얼이네요. 시나몬에 거부감만 없다면 맛은 아주 좋습니다. 속이 꽉 찬 우리나라 동네빵집 도넛이 아니고 포실포실한 도넛이에요. 그래서 크긴 크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큰 도넛 말고 여러 도넛을 먹으려면 역시 월마트입니다. 월마트에 가면 기본 초코 도넛 6개들이 한 상자를 3.9달러에 파는데요, 정가를 다 받으면 도넛 한 개에 800원 꼴인데 이건 그렇게까지 싸다고 할 수 없죠. 저녁에 가면 반값 할인이나 2 for 1 행사를 합니다.
저는 12개 들어있는 걸 1.9달러에 들고 온 적이 있는데 정말로 '이걸 먹어도 되는 성분으로 만든 것일까'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생각만 그렇게 했고 행동은 냉동실에 넣어놓고 오래오래 잘 먹었습니다.
참고로 도넛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냉동실에 오래 넣어놔도 그렇게 돌땡이처럼 꽝꽝 얼지는 않거든요. 냉동실에 얼려둔 도넛을 해동하지 않고 그대로 베어 먹으면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어차피 초코 묻은 건 해동해도 먹기 애매해요.
오랜만에 도넛 먹고 싶네요. 뉴욕에서 못 먹어본 크리스피크림 도넛...
그와중에 본문에서 도넛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키워드에는 도넛이 없네요. 알다가도 모를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