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강제 장기 주차 당하니까요
며칠 전에 눈이 엄청 왔습니다. 이틀 내린 눈이 몇십 센티미터나 된다더라고요. 제가 사는 동네는 제설이 잘 돼서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폭설이 내리니까 뉴욕에서 눈 맞은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뉴욕에는 겨울에 눈이 정말 많이 옵니다. 제가 살 때도 그랬는데요. 뉴욕 눈의 특징은 갑자기 엄청나게 많이 온다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오면 폭설입니다. 중간이 없더라고요. '어느 날 첫눈이 온다' 그러면 다음 날 이런 사진 같은 무자비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네 갇혔죠. 저 차는 이제 눈이 녹을 때까지 못 나옵니다. 위에 쌓인 눈도 눈이지만 옆에 제설차가 지나가면서 눈으로 벽을 만들어놨거든요. 저 눈이 순식간에 얼어서 꽝꽝이가 되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녹지 않는 한 쇠삽으로 반나절은 깨야 겨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 차 옆에 제 차가 있었거든요. 하하하하하 왜 눈에서 땀이 나지...
이 사진이 찍힌 시점이 참 묘합니다. 저는 둘째가 너무 어려서 스트리트 파킹을 할 수 없던 터라 뉴욕 사는 2년 중 대부분을 아파트 지하에 있는 월 50만 원짜리 유료 주차장을 사용했는데요. 그동안에는 별로 대단히 눈 같은 눈이 안 왔는데 말입니다?
이제 뉴욕을 떠날 때 (2월 5일 비행기)가 돼서 주차장 해지하고 차를 며칠만 밖에다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에 사진이 2월 1일 사진이에요. 차량 매입 업자한테 차를 이미 팔고 며칠만 더 쓴다고 갖고 있던 참이거든요. 한 이틀만 더 쓰고 차 넘기고 비행기 타고 떠나면 되는데 이 꼴이 된 겁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면요. 저 차 앞뒤옆에 벽처럼 세워진 눈무더기를 부수지 않으면 차를 뺄 수가 없어요. 시험 삼아 살짝 움직여봤는데 우적 소리만 나고 꼼짝도 안 합니다. 물론 그 소리는 눈더미가 아니라 차에서 난 소리였고요.
그리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눈이 녹을 생각은 안 하고 계속 더 쌓이기만 해서 2월 3일에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집에서 망치를 가져와서 눈..인 척하는 얼음을 뽀개기 시작했죠.
제가 되도 않는 망치질을 하고 있으니까 딱해 보였는지 옆에 보이는 가게에서 쇠로 된 삽을 빌려주셔서 반나절 넘게 내리찍어 부수고 나서야 겨우 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눈 오면 제설할 때 쓰는 그런 플라스틱 삽이 아니고 공업용 쇠파이프에 네모난 쇠판을 용접한 무엇이었어요.
우리는 눈 오면 소금부터 무지하게 뿌려대는데 뉴욕은 어떤 이유에선지 염화칼슘 제설은 잘 안 하는 것 같고 새벽부터 무지막지하게 생긴 제설차가 밤새 돌아다니면서 물리력으로 해결합니다. 그래서 아스팔트 바닥은 제설차가 지나간 뒤에도 얇은 얼음판이 그대로 있어요.
아마 염화칼슘이 환경이나 차에 주는 영향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누구한테 물어본 게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뭐 잘된 건지 아닌 건지 이때의 기록적인 폭설 탓에 JFK 공항이 마비돼서 예정했던 날짜에 비행기가 뜨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며칠 더 기다렸다가 사우디로 갔습니다. 사우디가 다음 살 곳이었거든요. 폭설 때문에 고생고생하다가 사막으로 가니까 또 새롭더라고요. (사우디 일기도 절찬리에 연재 중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