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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 피킹

스뿌키 잭 오 랜턴!

애플 피킹에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달고 아삭한 사과는 너도나도 달려들기 때문에 달고 아삭해질 때까지 남아있지 않아요. 맛있게 익기 전에 다 털려요. 먼저 따간 사람은 아직 익었고 늦게 도착한 사람은 사과가 없는 딜레마.

그래서 애플 피킹이 한창인 10월쯤에 가면 이른바 '주요 사과'는 없습니다. 아니면 있는데 좀 삐들한 것만 남았거나요. 시기가 늦을수록 매니악한 사과만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맛있는 건 마트에서 사 먹기로 하고 피킹에서는 무난한 걸 골라 따는 걸로 적당히 타협을 하는 거죠.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도 잼을 만들면 되니까요.

이것은 사과나무인가 전깃줄인가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 피킹 끝물에 시작되는 펌킨 피킹이랑 한 큐에 해치울 수 있다는 것이죠. 펌킨 피킹은 애플과 마찬가지로 호박을 따오는 건데요, 줄기에서 직접 따는 건 아니고 이미 전문가의 손길로 따서 늘어놓은 데서 골라오는 거예요.

'호박이 많다'의 적절한 예시

10월 말에 할로윈이 있으니 그전에 '잭 오 랜턴'의 재료인 호박을 구해놔야 합니다. 망설이다 좋은 거 -고르게 크고 둥글고 색이 예쁜 거- 다 빠지고 못생긴 것만 남을 수도 있거든요.


보통 큰 과수원은 공터가 있기 마련이라 거기 호박을 끝도 없이 늘어놓습니다. 어차피 아무거나 골라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먹을 용도가 아니라 속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굳이 다니면서 두들겨도 보고 잘 살펴서 골라오는 겁니다. 그게 재미니까요.

욕심쟁이의 무리수

그렇게 터질 것 같이 꽉 찬 사과 봉투랑 어른 몸통 만한 호박을 가지고 집에 오면, 이제 나들이 갈 때 같이 나간 이성이 돌아와 숙제를 할 차례죠. '이 많은 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거랑 '1년에 한 번 쓰는 호박 카빙 툴을 어디 뒀더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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