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무조건 장대하게!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서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사실 뉴욕에 와서 처음 차를 살 때 주차할 곳도 없는데 굳이 커다란 미니밴을 고른 이유가 차에 이것저것 다 때려 넣고 로드트립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거든요.
애 키우느라 허덕대다 보니 좀처럼 여행을 떠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대로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내면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할 것 같아서 무리 좀 했습니다.
일단 기간은 2주로 잡았습니다. 일주일 가고 일주일 온다고 대충 잡고 이제 지도를 보면서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가서는 뭘 할 게 있나 그걸 따져봐야죠.
여기서 일단 복병이 나왔는데, 한 번에 많이 가는 게 아무래도 어려워요. 둘째가 두 돌 하고 3개월 됐을 때인데 차에 오래 타고 있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다 싶죠. 그래서 막 하루 10시간 강행군 이런 건 불가능했습니다. 오고 가는 동안 숙소를 촘촘하게 잡아야 한다는 의미죠.
그다음에 머무는 모든 곳이 의미 없는 곳은 없게 하고 싶은 거예요. 일주일 동안 가는 데 가는 동안 7박을 한다고 하면 하룻밤도 의미 없는 곳에서 잠만 때우는 건 하지 말자는 거죠.
그래서 계획을 짜다짜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미니밴을 포기하고 비행기로 바꿨습니다. 아무래도 시차가 있을 정도로 큰 나라다 보니 멀리 가려면 국내선만 한 게 없죠.
그렇게 해서 장대한 플랜을 짜긴 했는데 영 마음에 안 드는 겁니다. 공항 인아웃이 마땅치 않았어요. 항공 일정에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꼭 가보고 싶은 데를 못 가거나 간 길을 되돌아와야 하는 문제가 생겼죠.
그래서 힘들더라도 차로 가는 걸로 다시 바꿨습니다. 돌고 돌아 원점이네요.
여차저차해서 계획을 완성했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같이 진짜 서부 끝은 무리고 중서부의 와이오밍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에요. 거기 가서 한 2~3박 하고 좀 아래로 내려가서 다른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겁니다.
완전 횡단을 목표로 하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나 솔트레이크 시티 같은 '꽂힌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어요. 다녀와서 보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어디까지 갔냐'보다는 '어디서 뭘 했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우여곡절 끝에 웨이포인트가 완성됐습니다. 물론 저 지도는 여행을 다녀와서 일정을 되짚어보며 아이들 방에 있는 지도에 그려 넣은 겁니다만.
앞으로 약 10회나 어쩌면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중서부 로드트립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미국 여행도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 살면서 로드트립한 이야기는 정말로 간단치 않은 경험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