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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r 20. 2024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다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이 말을 한번 천천히 들여다보자. ‘관계’라고 했으니 일단 두 명 이상이다. ‘인간’은 생략해도 되고, ‘좋은’이라는 게 애매하니 반대말인 ‘나쁜’으로 생각해 보자. ‘나쁜’ 것은 대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관계일 것이다. 그러니 ‘좋은’의 뜻은 사람 간 협력하고 화합하는 관계라 생각해도 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보면 좋은 인간관계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상호 협력하고 화합하는 관계를 말한다.


서로 협력하고 화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두 명이라면 5:5로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할 텐데, 세명부터 좀 계산이 애매해진다. 33:33:33으로 나누어도 1이 남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 간의 양보란 정확하게 숫자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나는 크게 양보했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이 ‘네가 뭘 양보했냐!’라고 쏘아붙일 수도 있다. 이처럼 좋은 인간관계에서 양보의 미덕은 좀처럼 활용되기가 어렵다.


‘그냥 이기적으로 살면 안 될까?’ 이런 생각도 가져본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한 번 사는 인생 내 멋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은가? 나쁜 인간관계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면 소위 ‘개이득’이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대단한 권력과 돈이 없다면 나쁜 인간관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나쁜 놈을 알아보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건 또 다른 의미의 본능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존경과 사랑 같은 진실된 인정을 받고자 한다면 좋은 인간관계는 필수다. 나와 협력하고 화합하는 아군, 동료, 동지에게만 우리는 진정어린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좋은 인간관계란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다. 우리는 혼자서 사냥하는 곰이나 상어 같은 존재가 아니다. 무리 지어 살아가고 집단행동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나 혼자 잘난 척하며 살아본들 잘 살기 어렵다. 사람은  나를 도와주는 사람,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없다면 인생의 거친 풍파에 휩쓸려 고난을 겪게 된다. 결국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보려면, ‘내 멋대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을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존중을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그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그 방법이 쉽진 않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만큼 훌륭한 지침서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 형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주장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가정에선 가족에게 존중받고 싶고, 직장에서는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상대방을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해 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칭찬과 경청을 잘하면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유명했던 시절, 사람들이 너도나도 칭찬을 유행처럼 따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칭찬은 실로 섬세한 기술이어서 남용하면 독이 된다. 왜냐하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칭찬이 아부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부와 칭찬은 한 끗 차이라 명확하게 나누기 애매하지만 둘을 구별하는 한 가지는 진정성에 있다. 내가 정말 부럽고 존경하는 부분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게 칭찬이다. 그래서 칭찬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청도 만만한 기술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화의 자리에서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하지 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위 수다 떤다는 행위는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할 뿐 남이야기는 안 듣는 전형적인 아무 말 대잔치에 해당한다. 대화는 들어주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들어주는 사람은 멸종위기종에 가깝다. 들어줄 때는 섬세하게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활활 불태울 수 있게 장작을 계속 넣어주는 식의 적절한 추임새가 필요하며, 내가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계속 상대방을 주시하며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이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역지사지형 인간’이 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대접해야 한다. 대접의 기술은 칭찬과 경청인데, 칭찬은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경청은 상대방에 대한 진정 어린 호기심이 필요하다.


어떤가? 인간관계론이 쉽다고 느껴지는가? 나는 책 읽을 읽고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내 주장을 삼가고 감정을 속으로 감추며, 다른 사람을 띄워주고 칭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는 맺는 비결은 내가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좋은 인간일수록 나보다 남을 위할 가능성이 더 높다. 나에 대한 한없는 자긍심이 없다면,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기에 좋은 인간이란 결국 내가 딴딴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렵지만 정답이 있는 문제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인생에 정답 없는 문제도 태반인데, 좋은 해설서가 있는 문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 읽고 깨닫고 실천하면 된다. 데일 카네기 선생은 책 서문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인간관계의 원리들을 정복하겠다는 깊고도 절실한 욕망을 가져라

-각장마다 최소한 두 번 읽은 후 다음 장으로 가라.

-주마다 당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점검하라

-매달 이 책을 다시 읽어라

-당신이 언제 어떻게 책의 원리를 적용했는지 지속적으로 기록하라.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책이 또 있을까?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특성을 걱정하며, 데일카네기 선생은 섬세한 노파심으로 서문에 실천과제들을 적어두셨다. 아마도 독자들의 진정한 인생의 변화를 바랐던 게 아닌가 싶다. 실천과제들을 보고 있자면, 어렵다고 느낀 것이 좀 수그러든다.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따라올 것 같은 기분은 데일카네기 선생의 고도의 상술 때문일까? 상술이면 어떤가? 그냥 속는 셈 치고 도전해 볼만하지 않은가? 평생 좋은 인간관계를 얻는 대가가 치고는 치러할 품삯이 매우 저렴해 보인다. 좋은 인간이 되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은 인생 최고의 투자라 할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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