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초보투자자], 야마구치 요헤이
삼성전자는 국민기업이다. 주변에 삼성전자 주주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삼성이 망하면 먼저 주주가 망하니 국민이 망할 형국이다. 우리 집도 다르지 않다. 삼성에 가족의 명운이 걸려있다.
투자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름 투자 경험도 풍부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투자는 어렵다. 그래서 정말로 중요한 우리 부부의 노후자금은 단순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냥 삼성전자 몰빵.
나름 이유는 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초 대형주이다. 그래서 코스피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다양한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휴대폰, 심지어 스피커까지 만드는 종합전자회사다. 그래서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불어도 반도체에 사업이 몰빵 되어 있는 다른 기업들 보다는 보릿고개를 잘 넘길 수 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삼성전자는 급등, 급락이 적다. 코스닥 주식으로 눈을 돌리면 하루는 상한가, 하루는 하한가를 맞는 주식이 허다하다. 급등이라면 좋겠지만 급락이 많아 보이니 망하기 딱 좋은 구조다. 삼성전자는 그런 게 없다.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한번 폭등할 때도 있지만 빠질 때도 스멀스멀 빠져서 심리상 견딜만하다. 즉 오래 보유해야 하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종목이다.
이런 삼성전자가 요즘 들어 반도체 시장 훈풍을 맞아 연일 상승을 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8층(8만 원대 삼성전자)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주를 건네어야 할 형국이었는데, 요즘은 이제 8층을 넘어 9층을 도전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최악의 거주자라 불렸던 삼성전자 9층 사람들도 조금만 더 버티면 구조대가 도착할 것 같다. 우리 집은 다행히 7.5층 거주 중이었어서 빨리 탈출하긴 했는데, 모쪼록 삼전 초고층 거주자 분들에게도 쨍하고 해 뜰 날이 빨리 오길 기원한다.
이런저런 삼성전자의 뉴스를 보며, 문득 현재 삼성전자가 고평가 되었는지 아닌지가 궁금해졌다. 투자의 근본은 가치투자이고, 가치투자의 핵심덕목은 현재가치와 적정가치를 비교해 현재주가가 고평가 되었는지 저평가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야마구치 요헤이의 '현명한 초보투자자'는 가치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판단지표를 제공한다. PER이나 PBR, EV/EBITDA 같은 복잡한 단어를 몰라도 된다. 그냥 네이버 증권에서 재무제표만 찾아들어갈 수 있으면 된다.
야마구치 요헤이가 제시하는 적정가치 산출방법은 완전히 쉬운 방법과 조금 쉬운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완전히 쉬운 방법은 단순기대수익률 계산법으로 부동산의 월세를 생각해 보면 쉽다. 어떤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를 모른다고 가정해 보자. 월세는 매달 꼬박꼬박 50만 원씩 받는다고 생각하고, 아파트의 기대수익률이 6%라고 가정하면 아파트의 적정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적정가치산출 공식: 아파트의 가치 x 기대수익률(6%) = 매년 수익(50만 원 x12개월=600만 원)
아파트의 가치=600만 원/0.06=1억
이를 계산하면 아파트의 가치는 적정가치는 1억 원이 된다. 따라서 1억 원보다 현재시세가 높다면 고평가이고, 낮다면 저평가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삼성전자에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삼성전자의 1주당 적정가치는 8만 1천 원 정도이다. 그런데 오늘 기준으로 8만 4천 원대이니 삼성전자는 단순기대수익률 계산법에 따르면 고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조금 쉬운 방법으로는 사업을 통째로 평가하는 '사업전체평가방법'이 있다. 이 사업전체평가방법은 현재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가진 재산은 얼마인지, 가진 빚은 얼마인지를 토대로 산출하는 방법이다. 산출공식은 다음과 같다.
사업전체평가방법:
사업가치(영업이익 x 10배) + 재산가치[유동자산 - (유동부채 x1.2배) +투자자산] - 부채(고정부채)
사업가치가 왜 영업이익의 10배인지, 재산가치에서 유동부채를 왜 1.2배 곱하는지, 부채는 왜 고정부채만 하는지 등 궁금한 부분이 많겠지만, 이건 투자공부를 심도 깊게 해 보려는 사람들의 몫이므로, 잠시 옆으로 치워두자. 우리가 궁금한 건 삼성전자가 현재 비싼지 아닌지이니 말이다.
사업전체평가방법으로 삼성전자의 현재가치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삼성전자의 1주당 적정가치는 6만 7천 원대인데, 현재주가가 8만 4천 원대이므로 약간 고평가 된 상태라 볼 수 있다. 현재주가와 적정주가를 비교해서 차이를 판단하는 것이 안전마진 비율인데, 현재 20% 정도 고평가라 판단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계속 사도 될까? 아니면 팔아야 하는 타이밍일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측이 2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부분이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한계상 모든 걸 족집게처럼 맞추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감소한다고 예측하지 않는 것이 어딘가?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면 이는 사업가치의 증가를 의미하고 결국 적정주가도 증가한다. 따라서 현재의 적정가치보다 높은 적정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현재의 가격을 보면 저평가되었으니 사자!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영업이익이 예측치처럼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겠다. AI에 대한 열풍으로 많은 서버네트워크 시설의 투자가 이루어졌고, 이런 시설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의 수요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수요가 지속될지 알기 어렵다. AI시장이 아직 막 개화하는 단계이므로 실질적인 수요가 없다면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AI시장에서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삼성전자는 우리 집의 희망이다. 부디 잘 순항하기만을 바라며, 아직 매수하지 않은 분들은 현재는 고평가 상태이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현재시점은 삼성전자 고층의 탈출의 기회이지 다시 고층에 탑승할 때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