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칩히스, 댄 히스
수학 공부를 왜 열심히 해야 할까?
학생들의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 것이 정답일까?
수학이 역사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효용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열거하듯이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유명한 사람들은 수학을 잘했다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주는 것이 좋을까?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1) 수학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요한 학문이었다.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는 각종 공성병기를 만들어 포에니 전쟁에서 활약했고, 에라스토테네스는 간단한 수학적 원리를 통해 지구의 둘레인 40,000km를 계산해 냈다.
2) 아인슈타인은 다른 과목은 다 낙제점이었는데 수학공부는 잘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어 훌륭한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또 현재 유명한 부자들을 보면 어려서 수학공부를 남달리 잘했음을 알 수 있다. 빌게이츠, 일론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모두 수학을 잘해서 성공한 기업인이 많다.
과연 이런 대답에 만족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아마 “그런데 선생님 저희들은 수학공부가 너무 어려워요.”라고 항변하는 학생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메시지는 너무 어려워도 너무 구체적이어서도 안된다. 쉽고 간단해야 한다. 가령 이렇게 말이다.
3) 수학공부는 일종의 근력 운동과 같다. 근력 운동이 쓸모없어 보여도 집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나, 아이들을 업어줄 때나, 지각했을 때 빨리 뛰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처럼 수학공부도 나중에 커서 보고서를 읽는다든지, 창고의 재고관리를 한다던지, 재밌는 게임을 만들 때와 같이 일상적인 일을 할 때 필요하다. 이처럼 수학공부는 일종의 정신적인 근력운동 같은 것이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비유법을 통해서 위와 같이 학생들에게 수학공부의 필요성을 전달한다면 학생들이 수학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쉽게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메시지를 만든다는 건 이렇게 좀 더 청중이나 독자에게 친숙하고 편한 말로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쉽게 기억하고 잘 이해하게 만드는 작업이 이런 ‘껌처럼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스틱’의 저자 히스형제는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법을 연구하는데 몇십 년을 투자했다. 그 결과 좋은 메시지, 즉 머리에 착 달라붙는 스틱(stick) 같은 메시지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책에서 적힌 목차 그대로 내용을 전달하면 그 내용이 방대해서 심플하지 않음으로 내가 이해한 바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좋은 메시지란 단순하면서 기발한 메시지를 말한다. 단순한 메시지의 대명사는 빌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선거당시 캠페인 구호였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가 있다. 다양한 정치적 논쟁들을 한마디로 압축적으로 전달하여 많은 유권자의 호응이 있었던 메시지이자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기발한 메시지란 스타워즈의 명대사 ‘내가 네 아빠다.(I’m your father)’가 있다.
그리고 좋은 메시지는 스토리로 전달하는 게 좋다. 가령 어떤 미국의 백화점에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이다.‘라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영업사원이 더러워졌다며 옷을 환불해 달라고 요청한 고객에 대해 가져온 옷을 세탁해 주고 다려주기까지 한 이야기를 전달한다.(심지어 그 옷은 다른 백화점에서 산 옷이었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메시지는 청자에게 쉽게 각인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마지막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한 메시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장르에 몰입하며 보는 이유는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성적으로 지식의 공백을 고통스러워하는데, 이런 지식의 공백상태를 던져주고 듣는 사람이 계속 답을 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일단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계속 던지면서 최종적인 대목에서 정답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앞서 나는 미스터리 한 방법으로 글을 썼다. 수학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득하려면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수학의 역사적인 의미나 위인들이 수학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식으로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정답은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라고 마지막에 제시했다.
‘스틱’에는 정말 메시지 전달의 다양한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광고를 제작하거나 마케팅을 해야 하거나 청중에게 강연을 하고 매력적인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스틱’이라는 책은 보물창고와 다름이 없다. 심지어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방법까지 나와 있느니 그 내용의 방대함을 실로 짐작할만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도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다.
이제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만 해왔던 아닌지 부끄러워진다. 좀 더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에게 쉽게 인상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아무런 생각 없이 글을 썼던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스틱'한 메시지를 쓴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책에서 저자가 말했듯 좋은 메시지는 발굴하고 수집만 잘해도 가치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을 이야기로 저장해 두고, 재미있게 풀어쓸 수만 있더라도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스틱'을 읽고 하나만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청중과 독자를 생각하는 메시지 전달법'이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소통하며 글을 쓰자. 마치 내 앞에 누군가와 친절하게 대화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