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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28. 2024

왜 하겐다즈를 편의점에서 팔까?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고딘

리마커블(Remarkable)한 방법이 아니면 망한다.


저는 아이들과 편의점을 자주 갑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티니핑, 산리오, 신비아파트 등등) 상품이 즐비해서 맨날 가자고 조르거든요.


그런데 갈 때마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차피 캐릭터 상품이야 아이들 선물이라 치지만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조를 때, 매번 고르는 제품이 하겐다즈라서 부담이 됩니다.


출처: GS25 shop


하겐다즈는 비쌉니다. 이 돈이면 베스킨라빈스에서 먹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쌉니다. 하지만 하겐다즈에 한번 맛 들인 아이들은 다른 아이스크림은 손도 안 댑니다.


사실 하겐다즈 같은 고가의 아이스크림이 편의점에 있는 게 좀 의아합니다. 고품질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게 중요한데 편의점에서 팔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겐다즈의 맛은 정말 눈 돌아가는 가격만큼 인정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는 사람들이 하겐다즈보다는 메로나나 수박바를 더 찾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얘들아 그 돈이면 파인트가 더 싸~ㅜㅜ


저의 이런 궁금증은 세스고딘의 명저 ‘보랏빛 소가 온다’를 보니 조금 해소가 됩니다. 세스고딘이 말하는 보랏빛 소, 즉 지루하고 따분한 황소들과 젖소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한 마리의 특별한 소와 같이 제품성이 뛰어나거나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이 있다면 하겐다즈가 편의점에서 팔든, 노점상에서 팔든, 북한산 초입의 가판대에서 팔든 상관이 없습니다.


노란 뿔테와 분홍 체크 셔츠, 그리고 보라색 넥타이. So~ Remarkable!


보랏빛 소란 리마커블(Remarkable)한 제품이나 마케팅 방법을 상징하는 개념입니다. 세스고딘이 밝혔듯 마케팅에는 수많은 P(Product제품, Pricing가격, Promotion촉진, Positioning포지셔닝, Publicity홍보 등)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이제 낡은 개념이라 합니다. 이제는 Purple cow가 주목받는 시대라고 주장하죠.


(굳이 덧붙이는 내용)

Remarkable이 R로 시작하지 않고 P로 시작했다면 Purple cow라는 개념은 필요 없는 사족이었을 것이라 합니다.

Remarkable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Remarkable 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Remarkable 하다는 것은 놀랍도록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인 제품 또는 마케팅 방법을 말합니다. 거창하게 Remakable을 정의했지만 쉽게 말하면 동네에서 압도적인 맛을 자랑하며 오랜 기간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전통적인 맛집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수많은 평양냉면집들 중 왜 을지면옥이나 필동면옥 같은 식당이 아직까지도 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그건 이런 집들만 만들어낼 수 있는 독자적인 평양냉면의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테슬라에 열광하나요? 테슬라가 전기차라서? 아닙니다.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자동차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테슬라 팬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블로그 마케팅의 시대가 저물고 유튜브나 인스타, 틱톡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중들의 관심이 새로운 매체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력 온라인 마케팅 매체가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모든 것들이 Remarkable 한 것들입니다.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그렇다면 Remarkalbe 한 방법을 사용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Remarkalbe 찾기]


1. 오타쿠를 공략하라.

현재 소비자들은 이제 별로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특별한 것, 놀라운 것이 아니면 관심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특별한 것들만 좋아하는 오타쿠들을 위한 제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말합니다. 가령 사이클마니아들 중에서 산악자전거 오타쿠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미국 에너지바 1위 업체인 Clif bar를 만든 개리 애릭슨도 처음에는 자전거 동호회의 일원이었는데, 평소에 먹던 에너지바가 너무 맛이 없어서 자기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게 1위 기업을 만들게 된 동기였다고 합니다.


2. 최첨단이거나 놀랍지 않다면 그냥 쉬어라.

최첨단의 기술을 가진 제품이 아니라면, 놀랍도록 흥미로운 제품이 아니라면 그냥 쉬는 게 답이라고 합니다. 맥킨토시의 경우 최첨단이면서 훌륭한 디자인의 제품이 아니라면 신제품 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창의적인 제품이나 마케팅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수죠.


3. 아이디어를 위해 많은 경험을 하라.

평소에 Remarkable 한 제품들을 꾸준히 경험하고 연구하라고 합니다. 결과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Remakable 한 것을 만드는데 중요하다는 말이죠. 자신이 얼리어답터라면 오타쿠라면 이런 자신의 배경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겐다즈는 정말 맛있습니다. 초콜릿 맛이 근본인데, 이 맛을 따라갈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별로 없죠. 맛으로 경쟁한다면 베스킨라빈스정도인데, 파는 곳이 가맹점이냐, 마트나 편의점이냐로 다르기 때문에 둘은 진정한 경쟁상대는 아닐 겁니다. 따라서 하겐다즈는 마트, 편의점에서 파는 고품질 아이스크림의 독보적인 보랏빛 소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일 테죠.


한번 맛을 보고 바로 팬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아이들이 하겐다즈만 찾게 된 건 부모가 계속 사주니 그 맛에 길들여진 경향이 크죠. 저는 왜 아이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겐다즈를 사줬을까요? 그건 초콜릿아이스크림에 환장한 아이들이 어차피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 이왕이면 맛있는 거 먹으라고 사줬던 게 그 이유였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하겐다즈가 악용했다고 욕할 수는 없습니다. "왜 소가 보랏빛이냐! 기분 나쁘다."라고 욕하는 건 말이 안 되듯 "왜 아이스크림이 맛있냐! 기분 나쁘다!"라고 욕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저 편의점에 보랏빛 소가 있었을 뿐이고 저와 아이들은 그 소를 홀린 듯 구경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오늘부터 세스고딘의 말처럼 Remarkable 한 것들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버릇을 들여볼 생각입니다. 세상이 평범한 소들이면 쳐다보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니 들판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심정으로 한번 찾아보려고요. 혹시 아나요? 저도 Remarkable 것을 찾아낼지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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