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생각만 남기는 기술], 다리우스 포루
안녕하세요 3개월 맨입니다.
저는 어떤 집단이나 조직에 들어가더라도 3개월 안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3개월 안에 그 집단의 핵심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 집단의 내부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자화자찬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표현한 말입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저에게 마치 마감기간이 정해져 있는 위기의 순간과 같습니다. 적응할 것이냐 도태될 것이냐를 저는 3개월 안에 '적응했다.'로 만들어야 비로소 안심하는 그런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브런치도 비슷하게 입성했습니다. '내가 3개월 안에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래서 안되더라도 매일 책을 읽고 매일 필사를 하는 미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글을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like it은 늘어갔고, 어느 순간 구글에서도 제 글이 검색되더군요.
방문자 수는 매일 20명도 안되던 숫자에서 어느 순간 5000명, 7000명이 넘어갔고 그렇게 브런치에서 3개월이 넘었을 때 구독자 수가 100명이 넘어갔습니다. 2월부터 시작한 저의 여정은 어느덧 5개월이 되어가고 최근에는 브런치의 영광스러운 S자 배지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기도 했죠.
원래부터 잡생각이 많았는데, 브런치에서 어느 정도 정착하고 나니 잡생각이 정말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글을 더 잘쓸 자신이 없는데 어떡하지?', '매일 책 읽고 글 쓰는 거 힘든데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러다 더 유명세라도 타게 되면 별 볼 일 없는 내가 까발려질 텐데 감당할 수 있을까?'와 같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잡생각들이었죠.
3개월이라는 죽음의 레이스를 달려오고 나니 남는 건 상처를 남기는 잡생각들뿐이었습니다. 사실 제 인생을 되돌아봐도 패턴이 대게 비슷합니다. 3개월간 죽도록 하고,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인정받으면 바로 잡생각에 빠져 한눈을 팔고 매너리즘에 빠지고를 반복하며 살았죠.
젊었을 때는 그렇게 살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내일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고 그때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이제는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게 남았기에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3개월 맨의 잡생각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결국 또 책에서 답을 찾습니다.
'가장 중요한 생각만 남기는 기술', 영어로 'Think straight'라고 적힌 제목에 마케팅당한 저는 책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책은 담백하고 덤덤했습니다. 여느 자기 계발서들 같이 과장하거나 가식적인 부분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고민하던 것을 어떻게 극복했고, 자신의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해결된 상태를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쓸모 있는 생각'과 '쓸데없는 생각'을 나누는 부분인데요. 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쓸모 있는 생각
1.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
2. 지식을 이해하고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
쓸모없는 생각
1. 과거에 대한 맹목적인 후회와 질책(미래지향적으로 반성하는 것 제외)
2. 현재 닥친 문제 중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
3. 미래에 겪게 될 실패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
책에서 강조하는 건 단순합니다.
지금 하는 생각이 유용합니까?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에 나온 진양철 회장의 명대사와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깊게 행동은 단순하게'라는 표어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때의 생각은 잡생각만 많이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만약 한다면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와 같은 순서로 점점 하나의 초점을 향해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초점'입니다. 생각을 태평양처럼 펼쳐놓으면 망망대해에 휩쓸려 익사할 따름입니다. 인생이라는 답 없는 레이스를 통과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틈에서 발사되는 물줄기의 압력과 같은 힘입니다. 튼튼한 강철로된 벽을 단숨에 잘라낼 수 있는 건 집중되어 분사되는 강한 수압의 한줄기 물이지 태평양에서 몰아치는 쓰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잡생각을 걷어내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브런치에 적응했다고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GAME CLEAR'라는 훈장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인양 떠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던 때의 그 초심으로 초점을 다시 맞춥니다.
이 초심에 결과는 해피앤딩일까요? 세드앤딩일까요? 잡생각을 걷어냈다고 하면서 또 다른 잡생각을 꺼내는 제 자신이 밉지만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북에서 날아오는 오물 폭탄 같은 생각들에서 그래도 초점을 맞추는 번듯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이런 말도 맞기는 하는데, 아직 저는 그 정도 경지는 아니고 그저 잡생각을 걷어내는 초보자일 따름입니다. 언젠가 명쾌한 생각을 바탕으로 꾸준히 행동으로 사람이 될 날이 오겠죠. 그날까지 그저 책을 읽고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을 해봐야겠습니다.
오늘부로 3개월 맨이 3년 맨으로 일단 레벨 업한 것으로 치겠습니다. 먼 훗날 30년 맨이 되어 어느 순간 과거를 되돌아 보았을때 흐뭇하게 이 날을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