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만나 뵙고 섭외하기 시작!
건축이며 인테리어며 1도 모르지만 건축탐구 집의 애청자인 나.
싱가폴에 살면서 제주도에 빠져 어찌어찌 제주 구옥을 샀고, 세입자가 나간 틈을 타 이때다 리모델링에 도전하기로 한다. 다행히 싱가폴-제주 간 직항이 왕복 20만 원 대! 하루 휴가 내고 주말 붙여 후닥닥 제주에 가 우리 집 자체 진단 및 업체 사장님들을 만나 뵙고 리모델링 계획을 하기로 한다.
집에서 지내보면 어떻게 고쳐야 할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있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쓸 거니까 매트리스도 주문하고, 구옥이니까 바퀴벌레 약(어떤 게 들을지 몰라 3종 주문), 청소기와 물걸레도 주문했다. 제주에 로켓배송이 되는구나, 이틀이면 물건들이 오다니 놀라웠다. 싱가폴에서도 이렇게 바로 안 오는데 ㅎㅎ 집에 와보니 이미 도착해 있는 물건들을 보며 한국의 배송서비스에 엄지 척.
호기롭게 계획을 짜고 왔지만, 막상 빈 집에 혼자 와보니 조금 무서웠다. 역시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였다. 낮에는 어떻게든 쓰겠지만 밤에는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그냥 샤워는 스킵하고 볼일은 저녁 먹고 식당에서 최대한 해결하고 돌아왔다. 해결해야 할 리스트 넘버 원: 화장실은 어떻게든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돈이 얼마 들든 간에 이건 기본적인 문제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바선생들이 꽤 있었다. 싱가폴의 바선생들에게 익숙해졌다 해도 역시 바선생들은 국적불문 무섭다. 리뷰가 천 개 넘어가는 바퀴벌레 살충분필 신기패를 자는 방 문 앞에 몇 번이고 그어두고, 스프레이 바퀴약을 머리맡에 두고 잤다. 아무래도 우리 집이 귤밭 옆에 뒤에 오름도 있어서 벌레가 많은 것 같았다. 리스트 넘버 투: 세스코는 필수. 모든 문에는 방충망 설치.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외부 소음과 불빛이었다. 우리 집은 2차선 도로에 접해있는데, 마을 안쪽 길임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통행량이 좀 있었다. 긴장을 했기도 하지만 너무 시끄럽고 불빛이 왔다 갔다 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서 잘 살았다고, 좋은 일이 많았다고 말해준 세입자가 너무 고마울 정도였다. (그래서 나중에 갈치 사줬다.) 리스트 넘버 쓰리: 현관과 창호는 비싸더라도 두껍고 좋은걸 하자. 그리고 창호의 크기는 조금 줄이자.
이번 제주행의 또 다른 목적인 선생님들 섭외. 우리 집 공사에 가장 중요한 설비, 철거, 창호, 목수 선생님들을 만나 뵐 일정을 잡고 공정당 세 팀 정도씩 만나 뵀다. 만나서 공사가 무엇이 필요할지, 얼마 정도 걸릴지, 비용은 얼마일지 여쭤보았다.
하나 느낀 건 이 업계엔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거의 전부라는 것. 이 분들 떠나시면 앞으로 누가 공사를 하지 싶을 정도로, 어른들과 중국 노동자분들이 일을 많이 하시더라. 물론 경험도 있으시고 잘하시지만, 너무 나이가 많으시면 뭣도 모르는 초짜인 내가 이런저런 부탁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공정마다 조금은 젊고 일처리가 빠르신 분들을 선택했다. 설비 사장님이 그랬다. 이 분은 다른 사장님이랑 일정이 겹쳐, 짧게 인사 나눈 후 몇마디 나누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집을 둘러보고 굴러다니는 파이프 찾아 오수관 뚜껑 열어보시고 화장실 뒤편 가보시고 다 파악해 버리셨다. 이 집에는 여기나 여기를 화장실로 만드는게 좋겠네요, 단차도 낮고. 보일러에서 이렇게 온수 파이프 뽑아서 연결하고… 내가 그렇~ 게 고민하던 화장실 이슈가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줄이야. 숨고 리뷰가 좋은 데엔 이유가 다 있었다.
목수 선생님들은 기본적으로 전담공사를 맡으려 하셨다. 아무래도 구옥 리모델링은 인테리어 공사가 주이다 보니 목수님들이 공사를 이끄시는 듯했다. 어떤 목수님은 1억을 부르셨다. 아니, 집 가격이 얼만데 리모델링을 1억 부릅니까? 기가 막혀서, 생각한 공정 엑셀표를 보여드리고 제가 뭘 빠뜨렸나요, 어떤 공정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나요 물어봤었다. (하지만 공사를 하다 보니 1억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근데 그때만 해도 뭘 몰랐으니, 1억이란 말을 듣고 기함했다...) 좀더 합리적인 비용을 말씀해 주시는 목수님과 마지막까지 직영으로 하느냐 목수님께 맡기느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런저런 말 많은 집주인으로써 중간 단계를 하나라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아 직영으로 가기로 했다. 목공 작업은 일당 작업 하시는 목수님께 부탁드리고, 목수님 추천 미장 사장님과도 함께 일하기로 했다.
마지막 면접은 철거 사장님들이었다. 해가 넘어가려는 때 오셨는데, 뭔가 얼굴이 벌게 보이고 말투가 굉장히 느리셨다. 조금 시비조로 말씀도 하셔서 무서웠는데, 어디선가 솔솔 풍기는 술냄새. 아~ 작업 마치고 한잔 하시고 오셨구나. 그냥 즐겁게 농치고 보내드렸다. 시간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술 드시고 집주인 만나러 오시면 안 되죠~
그렇게, 12월 공사를 위한 주요 섭외가 끝났다.
본격적으로 공사 들어간다!
오늘의 팁
약속 잡기 어려운 사장님을 잡아라!
업체 검색에 숨고를 많이 썼는데, 숨고 리뷰가 좋고 약속 잡기 어려운 바쁘신 사장님들은 확실히 큰 문제없이 일을 해주시는 것 같다. 구옥 리모델링 관련해 사기당했다는 호러 스토리를 너무 많이 보아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나는 숨고 서비스를 너무 잘 사용했다. 확실히, 중간에 업체를 끼지 않고 직영으로 하면, 크게 사기를 당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공정별로 일하시는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보면 느낄 수 있다. 그분들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