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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Jun 21. 2024

계약에서 연세까지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중개인에게 매수결정을 알리고 가계약금을 보낸 후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매매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보내주고, 검토 후 계약금을 보낸다. 알아본 바 구옥은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특약사항을 넣는 게 좋다고 한다. 나도 이런저런 특약을 요구했지만, 내가 계약할 당시에는 매도인 우위 시장이었고, 매도인이 기분 나빠 계약이 틀어질 수도 있겠다며 빼는 게 좋겠다고 중개인이 중간에서 말을 전했다. 지금이야 절대 그러지 않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계약까지 갔다가 틀어지는 경험을 몇 번 해봐서 기존 계약서대로 진행했다. 관공서에 이모 저모 확인해봤으니 뭐 별일이야 있겠어... 하면서. 그러나 불안한 건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구옥 계약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매매금액이 적을 경우 중도금은 생략하기도 한다.



그놈의 조카 또냐..


알고 보니 이 집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아들 같은 조카라, 조카에게 집을 물려주고 대신 어르신 두 분이 임대료 없이 살고 계시는데 조카가 사업상 급전이 필요해서 집을 매도하는 거라 했다.

몹시 의심스러웠다. 전에 토지사기꾼에게 말렸을 때 그 자의 조카라 불렸는데. 또 조카라니.. 진짜 조카 맞나. 나만 외지인이라, 중개사와 매도인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원래는 싱가폴로 돌아가고 친정엄마를 통해 잔금을 치르려 했는데, 상황을 파악하고 의심스러우면 계약을 파기하려고 비행기를 또 연장했다. 회사에서 짤려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 부자가 되었으니.  



끝까지 마음을 졸였지만


계약일 당일. 부동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르신 두 분은 오셨지만 실소유자인 조카가 오질 않는다. 서울에서 오는데 비행기가 연착되었다고 한다. 자꾸 지난번 사기꾼이 생각나서 걱정하고 있는데, 어르신이 말씀을 꺼내주신다. 당신들 역시, 직접 지은 집을 험한 사람이 사갈까 봐 걱정했었노라고. 집 보러 아이와 친정 엄마랑 갔을 때 먼발치에서 우리를 보고 이 사람들이 집을 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우리와 계약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조카를 기다리며 집에 대한 얘기를 해 주신다. 이 집은 시집와서 20년 시어머니와 살다 고맙다고 시어머니가 지어주신 집인데, 아버님이 직접 시멘트 바르고 지으셨었다고. 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은 육지로 나가고 강아지와 살고 있었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의심이 풀어졌다. 내가 본건 틀림이 없다. 애정을 담아 짓고 열심히 사람들이 살아온 좋은 집이라고. 조카 비행기가 연착되어 다행이었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서.


이윽고 조카가 도착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카가 진짜 조카인지는 못 미더웠지만 그들이 포옹하고 인사할 때 알 수 있었다. 찐 가족이구나. 이게 연기라면 정말 상 받아야 할 정도로.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매도인과 계약하고, 어르신들은 이사할 때까지 두 달 정도 필요하시다 해서 그 기간은 무상으로 지내시라 계약서에 사인했다. 어르신은 직접 지으신 집을 내놓는 상황이 못내 서운하신지 주소는 알아서 쓰라 하고 사인을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며 먼저 나가셨다. 부동산중개인은 은근슬쩍 컨설팅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이 집의 위험사항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향후 컨설팅 해준다는 명목으로. 사실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오케이 했다. 어쨌든 나는 외지인, 거기에 해외거주자이고 제주에 내 편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임대 계약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는 제주에 내 집을 갖게 되었고, 연세 계약까지도 제법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집 구하기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기에 연세계약은 그냥 부동산에 믿고 맡겼는데 한 달 안에 다 해결이 되었다. 외지인으로서는 신뢰할 만한 부동산을 몇 개 만들어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오늘의 팁 (오늘은 특별히 두 개!)

1. 매수 시 특약은 이런 조항들을 넣는다고 합니다


-  건축물과 토지의 주인이 달라 각각 매매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

어느 하나의 계약이 이행되지 못할 경우, 다른 잔여 계약도 해제할 수 있다


- 무허가 건축물이고 토지주와 건축물주가 분명치 않을 때

토지 소유주와 재산세 과세 대장상의 건축물 소유자가 동일인임을 전제로 체결한다

토지 위에 존재하는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모든 지상물에 대한 권리를 매수자에게 위임한다


- 이웃 토지로 넘어간 듯 보여 경계측량이 필요한 경우:

계약 후, 잔금 시까지 매도자 비용으로 경계측량을 실시하고, 상호 건축물이 인접대지를 침범하는 등 인접대지와의 경계 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한 경우, 매수자는 계약을 즉시 해제하는 동시에 계약금의  반환 요청을 할 수 있고, 이때 매도자는 반환 요청이 있는 날로부터 3일 내로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한다  


- 불법 건축물이 있을 시

불법건축물로 인해 취득세가 추가 징수될 경우 매도자가 납부한다  


2. 잔금 시 몇 가지 팁

- 등기까지 한 번에 들어가므로 잔금만 준비하지 말고 등기비용 (법무사 비 + 취득세)까지 같이 준비하세요.

- 송금 OTP 한도를 늘려놓고 가세요.  

- 해외 거주자일 경우, 잔금/계약금을 국내에 있는 가족이 하게 될 경우가 많으니, 미리 거래 위임장을 여러 장 만들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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