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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May 17. 2024

마흔이 된 날, 회사에서 짤리고 코로나에 걸렸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떨어졌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


40대의 첫 생일을 맞이하여 놀멍 쉬멍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려고 휴가를 신청하고, 제주에 갈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제주 가기 전날 (나의 생일이었음) 갑자기 매니저와 대면 미팅이 잡혔다. 코로나 시절이라 매일 재택근무를 하던 때였다. 뭐지? 뭐 중요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려나? 


궁금한 마음으로 회사에 갔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몇 명이 메신저에서 사라졌다는 얘기가 들렸다. 직감했다. 구조조정인가보다.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절대 너의 퍼포먼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사정 때문이라는 말, I am sorry to share this news on your special day, but… 어쩌구…하는 말과 함께 계약서에 사인하고 바로 흰 종이로 가려진 방으로 들어가 출입증과 랩탑을 반납하고, 눈물을 흘리는 팀 비서의 떨리는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와 씨... 내 발로 나간 적은 두어번 있지만 구조조정은 처음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생일, 그것도 40살 첫 생일을 이런 기분으로 보낼 순 없다. 그래, 짤린 덕택에 적으나마 패키지를 받을수 있고… 다행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기에 억울할 것도 없다. 지난 몇 달간 짤리기 직전만큼만 일하고 매물검색만 하지 않았는가. 안그래도 이직을 하려 했으니 아쉬울거 없다. 이직하면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생애 최초로 내가 나간게 아니라 쫓겨난 상황은, 몹시 마음이 쓰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거기에 나는 당장 오늘 밤 제주에 가는데, 지금 당장 짐을 싸야 하는데, 마음이 잘 정리 되질 않았다. 엄마랑 아이 앞에서 즐거운 척을 할수 있을까?


어쩔수 없다. 비행기를 바꿀 수고는 하고 싶지 않고 (왜 비행기를 바꾸는지 이유를 설명하는게 더 싫을 것이다), 일단 집에 가서 머리를 비우고 짐을 싸고, 아이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도착했는데 아이가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날, 우리는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 덕분에 기회가 왔다.


코로나는 쉽지 않았다. 며칠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으면서 우울한 생각만 들었다. 짤렸는데 어떡하지… 싱에 돌아가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그러다 일단 비행기표를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일주일 잡은 휴가였으므로 아무일도 안하다가는 자가격리만 하다 집에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빨리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6월 말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7월 중순으로 바꿨다.


며칠 지나 조금 살만해지니 자꾸 암담한 생각만 들었다. 유튜브도, 테레비도 지겨웠다. 그러다 습관처럼 하던 매물 검색과 비교 조사를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돌집이었다. 잽싸게 부동산에 연락을 했더니, 나의 상황에는 다른 매물이 어울릴 것 같다며 다른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이 매물은 주인분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게 싫다셔서 하루 딱  온라인에 올렸는데, 이미 너무 연락이 많이 와서 바로 링크를 내렸다했다. 


보니까 내가 아는 동네였다. 제주 한달살기 할때 멋진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있어 와보았는데, 동네가 고즈넉 해서 안그래도 주변 매물을 찾아보던 동네였다.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잡아야 한다, 몇 백개 본 것 중 제일 느낌이 왔다. 놓치면 안될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제껏 봐왔던 매물들은 거의 폐가였는데, 이 집은 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코로나에 걸려 다행이었다. 아직 제주에 있으니. 문제는 아직 나는 자가 격리 중이라는것. 


“집은 언제 보러갈수 있나요?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제가 코로나에 걸렸어서 3일 더 격리를 해야 하거든요."


“안그래도 주인분이 현재 살고 계셔서, 사람이 자꾸 들고 나는것보다 하루에 다 보여주길 원하셔서요. 3일 뒤 주말에 보여드리려 합니다.“


“그럼 제가 마스크 두겹 두르고 나갈게요!”


To be continued...




오늘의 팁 

부동산에 나의 존재를 알리세요

동네분들끼리만 쉬쉬하며 구해지는 좋은 물건들이 있지만, 육지에서 오신 부동산 중개인분들도 계시고 그분들은 괸당문화에서 살짝 벗어나 계시는것 같습니다.(제 생각) 일단, 부동산에 연락드리시고, 이러이러한 물건들을 찾는다고 얘기해두고 가끔씩 좋은 물건 없냐 물어보세요. 

해외에 계시다면 카톡으로 연락하시면 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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