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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May 26. 2024

드디어 만난 우리 집

30분만에 집을 샀다. 이래도 되나 얼마나 고민했는지. 


마스크를 두겹 쓰고 달려갔다. 


부동산 중개인이 집을 보여 준다고 한 날, 다행히 코로나 증상은 완쾌 되고, 자가격리 기간도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마스크를 두 겹 쓰고 집 앞으로 나갔다. 제주시에 묵고 있어 중문의 집까지 가기에 꽤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제주의 메인 도로(평화로)에서 가까워 40분 즈음 걸려 도착했다. 제주시를 통과해서 40분이라니 교통편도 좋다! 


근처에 주차하고 걸어가는데, 이미 내 맘속에선 ‘이 집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아서 사실 모든 집들이 120% 더 좋아보이는 날이었는데, 더군다나 그동안 폐가만 보던 내 눈엔 쓰레기와 폐기물 없는 깨끗한 하얀 집이 너무 좋아보였다. 얼근설근 올려진 돌담, 벚꽃길에 접해 있고, 작지만 마당도 있고. 마당에 수석이 잘 모아져 있는 집, 애정을 가지고 잘 가꿔져온 것 같아 보이는 집.


집안 내부는 아주 전형적인 농가주택이었다. 거실이라고 하기엔 좁은 통로 같은 공간을 가운데 두고 방 두 개, 물부엌, 주방과 창고가 있는 작은 집이었다. 밖에서 느꼈던 것처럼 집 안에서도 집을 소중하게 꾸며오신게 느껴졌다. 바닥에 윤이 나고, 난 화분들이 곳곳에 있고, 자녀분들의 어린 시절 졸업사진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그간의 수십차례의 임장에선 볼수 없었던, 사랑 받은 집의 풍경. 내 눈엔 콩깍지가 쓰여져버렸다. 남편에게 공유하려 찍었던 사진과 비디오는 급한 내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듯 초점이 하나도 안맞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미 내 앞에 몇 분이 집을 보고가신 상태여서 부동산 중개인은 빨리 결정을 하셔야 할거라 했다.

그날 찍은 비디오는 거의 이 지경이다


너무 맘에 드는데 어떡하지?


매도인분이 살고 계시는 집이라, 중개인이 집주소를 보러오기 직전에 공유해줘서 제대로 조사할 틈이 없이 대충 기본적인 것만 체크한 상태였다. 보통은 관공서 건축과에 문의해 상하수도 문제가 있는지, 건축상 문제가 있는지 등등을 꼭 확인하는데 이미 관공서는 문을 닫은 시간. 내일 결정을 내린다면 그 사이에 집을 본 다른 분들이 매입 결정을 할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집에 현재 살고 계시니까, 상수는 당연히 나오고. 화장실은 정화조에 연결되었다 하는데 여튼 쓰고 계시니까 문제 없겠지. 건축물 대장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비용은… 집이 좀 작긴 하지만 이제껏 봐왔던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집들과는 컨디션이 훨씬 좋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큰 문제는 없을거라 판단이 되는데 망설여졌다. 당연하지, 생전 처음 집을 내 손으로 사는데. 더 알아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누가 채갈것 같다. 남편이라도 있으면 같이 보고 의논하면 좋은데 싱가폴에 두고 왔고, 전화통화 했더니 그냥 니 맘 가는대로 하란다. 아... 어떡하지? 회사도 짤렸는데, 이렇게 막 집을 사도 되는 것인가? (남편은 회사 짤린걸 몰랐다)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엄마와 아이와 마지막으로 한 번 집 앞까지 걸어가 보았다. 지는 햇살에 마당의 감나무 잎이 싱그럽게 빛나고 나무에 걸려있는 테왁이 바람에 슬슬 흔들렸다. 안되겠다, 계약해야겠어. 바로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이 물건 할게요!”

그렇게 집 본지 30분도 안되서,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팁

제주에 집을 사신다면 토지이음, 건축물대장을 꼭 확인하시고 관공서에도 다시 확인하세요.

꼭 토지이음 등에서 토지이용계획원, 건축물 대장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지목이 대, 전체 건물 면적이 건폐율/용적률 안에 들어가야 하며, 건축물 대장이 있어야 합니다.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자체 건축과에 전화해 문의해 보세요. 구옥은 서류상 문제 없는 집들이 그리 많지 않으니, 서류상의 하자가 극복가능한 것인지 판단하는게 중요합니다. 또한 네이버나 카카오맵의 위성사진과 지적도가 100% 정확하지 않으니, 집이 지적도상 이웃의 땅에 넘어가 보인다 하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관공서에 우선 문의하시고 필요하다면 지적측량을 신청하세요.


그리고 '도장찍기 전까지는 내 물건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일단 지르신 다음에 충분한 검토를 하셔도 됩니다. 가계약 선수금까지 내놓고도 엎어진 계약들 많이 보았습니다. 내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니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내 의사를 충분히 표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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