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마이징의 진수, 싱가포르 음료 주문법
올해 초, 남편은 커피를 끊었다. 대신 새로운 음료에 중독되었다. 그것은 바로... 떼-씨-꼬쏭-뼁. 우리 말로 하자면 설탕 없는 아이스 밀크티이다. 참고로, 남편은 싱가폴 사람이다. 그를 앙박사 라고 부르겠다. (성이 Ang, 앙 씨이다)
동네에 Huggs 라는 로컬 커피 체인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파는 떼-씨-꼬쏭-뼁을 마시지 않으면 작동(?)이 되질 않는다. 여느날과 다를 바 없는 아침, Huggs에 가서 주문하려고 줄을 섰는데 앙박사가 급하게 화장실에 가야 한다면서 나더러 주문하라고 한다. 떼-씨-꼬쏭-뼁-뽀뽀 라고 하라고. 이게 뭔말이여. 뽀뽀는 뭐지? 애교 부리라는건가?? 앙박사, 설명해보라우.
싱가폴은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뒤섞인 만큼, 음료의 어원도 이것 저것이 섞여있다. 말레이, 인도네시아, 온갖 중국 방언들. 이를 아우르는 대원칙은, 언어의 경제성이다. 어떻게 하면 짧고 간단하게 쓸수 있을까? 즉, 가장 대중적인 메뉴를 가장 부르기 쉽게 정하고, 그 뒤에 온갖 언어를 섞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커피와 티를 생각해보자. 가장 많이 시키는 대중적인 메뉴란 무엇일까? 한국인에겐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겠지만, 여기는 동남아. 동남아는 달달구리를 사랑한다.
- 커피의 경우: 달달한 맥심 맛 커피 (커피 + 연유)
- 티의 경우: 달달한 밀크티 맛 (티 + 연유)
얘네를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주문할수 있도록, 짧은 기본 단어로 설정했다.
- 달달한 커피 = 꼬삐 Kopi (어원: 말레이어)
- 달달한 밀크티 = 떼 Teh (어원: 말레이어)
자, 이 꼬삐와 떼를 기본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뒤에 말을 덧붙여서(modifier). 가장 대표적인 modifier는 O와 C다.
- O = 우유를 뺀다. 어원은 말레이어로 검정 (black). 우유를 빼 설탕만 남긴다는 말을 경제적으로 O라 함
- C = 연유 대신 끓인 우유를 넣는다. 어원은 대표적 우유 브랜드 카네이션 (Carnation)에서 왔다고 함.
그렇다면:
- Kopi O 꼬삐 오 = 커피 + 연유 - 우유 = 아메리카노 시럽추가
- Kopi C 꼬삐 씨 = 커피 + 연유 끓인 우유 = 라떼
그럼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아란? 꼬쏭과 뼁을 붙이면 된다.
Kosong 꼬쏭 (말레이어) : Zero 혹은 빼기란 뜻
Peng 뼁 (冰) : 아이스. 이거 뼁과 삥의 중간 발음이다
- Kopi O Kosong 꼬삐 오 꼬쏭 = 커피 + 설탕 제로 = 아메리카노
- Kopi O Kosong Peng 꼬삐 오 꼬쏭 뼁 =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 공식은 티 Tea 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냥 홍차를 마시고 싶으면 떼 오 꼬쏭 하면 된다.
그럼 오늘 아침 남편이 주문한 떼-씨-꼬쏭-뼁-뽀뽀란 무엇인가?
Poh Poh 뽀뽀 (보단 뿨뿨 에 가깝다) = 중국 Hakka 사투리로 薄 (박), 묽다/얇다 의 뜻. 즉 티를 좀 연하게 해달란 말이었다. 중국어는 반복을 좋아하니까, Poh 아니고 Poh Poh.
그럼, 아아를 좀 연하게 해달라면?
"Kopi O Cosong Peng Poh Poh 꼬삐 오 꼬쏭 뼁 뿨뿨"
이렇게 주문한다면, 싱가폴 로컬인들의 쌍따봉을 받을것이다. 시도해보세용~
P.S. 추가 커스터마이징 주문법
- Siew Dai 덜달게
- Ga Dai 더 달게
- Gao 찐하게 (샷추가 아니고, 물을 덜줌)
요약해 봅시다.
Kopi : 맥심
Kopi Bing : 아이스 맥심
Kopi C: 라떼
Kopi C Bing : 아이스 라떼
Kopi O: 블랙커피 시럽추가
Kopi O Bing: 아이스 블랙 시럽추가
Kopi O Cosong: 아메리카노
Kopi O Cosong Bing: 아아
Kopi O Cosong Bing Pho Poh: 아아 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