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아 May 27. 2024

여행지에서 내 집을 고르는 방법

게스트하우스에서 호텔까지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일이다. 여행 경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 비행기표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내가 갈 수 있는 일정에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스카이스캐너를 열심히 검색하기도 하고 각 항공사에서 하는 세일에 맞춰서 남들과의 경쟁을 통해 저렴한 표를 얻어내기도 한다. 물론 나의 휴가는 한계가 있으므로 내 일정에 맞추다 보면 가장 저렴한 표와는 멀어지기도 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항공권을 구매했다면, 다음 스탭으로 넘어가야 한다. 바로 숙소를 정하는 것이다.


 숙소를 고르는 것은 항공권을 고르는 것보다 어렵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호텔, 펜션, 에어비앤비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과 서비스 항목도 모두 다르다. 대략적인 여행 계획이 세워지면 각종 호텔 및 펜션, 에어비앤비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 다양한 숙소를 검색해 본다. 나의 여행의 동선과 예산에 맞는 몇몇 숙소를 골라낸다. 일단은 최대한 많은 숙소를 찾아놓는다. 혼자 여행을 할 경우에는 리스트 중에서 나만의 기준에 맞게 숙소를 선택하면 되고, 친구와 같이 가는 경우에는 먼저 내 리스트 중 몇몇 리스트를 정리하고, 친구 리스트와 같이 비교하면서 최적의 숙소를 선택하게 된다. 


 숙소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숙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치이다. 이건 내 대부분의 여행이 뚜벅이인 경우가 많아서이다. 대중교통에서 너무 먼 위치에 숙소를 잡을 경우, 여행을 하는 내내 이동하는데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한다. 특히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하지만 위치가 좋은 호텔은 그만큼의 가격이 있는 법. 그렇기에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는 지역도 좋지만, 그 지역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숙소를 잡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물론 역과 가까운 곳으로 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밤에 돌아다닐 경우가 많은데, 지하철에서 나와서 숙소로 빨리 들어가는 게 안전 상 필수로 여겨진다. 


 숙소를 선택할 때 숙소의 유형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보통 호텔을 선호하는 편이다.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에어비앤비처럼 집주인과 직접적인 소통을 할 필요가 없고, 대부분의 호텔의 이용 방식은 어느 정도는 표준화가 되어 있어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이다. 펜션은 보통 가족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가는 경우 많이 이용한다. 호텔은 주로 2인실이고, 숙소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펜션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을 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포털사이트나 대행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해서 편리하다. 게스트하우스는 지금보다 어릴 적에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이 이용했던 숙박형태이다. 학생 시절에는 숙소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위치도, 서비스도 아닌 돈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6인실 게스트하우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이 때는 숙소란 단순히 잠만 자는 장소로 여겼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화장실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돈을 아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이용하는 숙소 유형은 에어비앤비이다. 이건 특히 유럽 등 호텔의 비용이 너무 비싼 여행지에서 이용하게 된다. 장점은 조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의 한 끼 정도는 가볍게 숙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호텔은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는 데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여행의 경험이 늘어나면서 숙소를 정하는 기준이, 그리고 숙소에 바라는 점이 점점 늘어났다. 과거에는 잠만 잘 잘 수 있도록, 위치가 괜찮으면서 적당히 깨끗한 숙소면 만족했다. 숙소의 서비스도 조식유무 정도만 고려했었다. 하지만 이제 여행지에서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을 넘어서, 여행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호캉스처럼 아예 호텔이 여행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치앙마이 여행 시, 우리를 치앙마이로 오게 한 것은 한 리조트였다. 시내에서 떨어진 산속에 있는 리조트였는데, 그 리조트의 수영장은 마치 푸르른 산속에서 수영하는 느낌을 주었다. 파란 수영장과 푸릇푸릇한 나무, 우리는 인스타에서 그 리조트의 사진을 보자마자 치앙마이의 항공권을 결제했다. 치앙마이가 어떤 도시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말이다. 또 나의 겨울 여행의 목적지를 홋카이도로 인도한 것도 눈이 보이는 곳에서 온천을 할 수 있는 료칸이었다.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에 료칸 같은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행지를 눈이 많이 오는 그곳으로 정했다. 아무도 없는 아침, 나 혼자 어제 내린 눈을 바라보면서 하는 온천은 평화로움과 안도감을 주었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지니고 있는 숙소로 여행을 떠나면, 내가 왜 돈을 벌어서 여행을 다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수영을 시작하면서 숙소의 수영장 유무가 숙소 선택의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특히 예전처럼 하루종일 숙소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힘드니, 중간에 숙소에서 잠깐 쉬어주어야 하는데 그때 수영장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숙소의 뷰, 사람들의 리뷰 등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서 숙소를 정한다. 숙소를 정하고 예약을 완료하면 이제 정말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른 저 해외에 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빌린, 내 집에 가고 싶어 진다. 가끔은 괜히 내가 예약한 숙소 정보를 다시 찾아본다. 여행지에 있는 내 집이 정말 좋은 선택을 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 얼른 그곳으로 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 대한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