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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Jun 17. 2024

여행의 성공은 날씨에 달려있다

건기와 우기가 중요했구나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여름처럼 많이 덥지 않고, 한겨울처럼 춥지 않다. 쨍한 하늘과 맑은 날씨는 돌아다니기 적당하다. 날이 덥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늘에 있으면 선선한 바람 덕분에 시원하다. 여행을 돌아다니다 보면 안다. 맑고 쾌청하면서 많이 덥지 않은 날이 얼마나 귀한, 여행하기 좋은 날씨임을 말이다.


 여행의 날씨를 맞추는 것은 어렵다. 여행 준비는 보통 매우 이르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외여행을 간다면? 일기예보를 보고 비행기 표를 끊을 수 없으니 순전히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가까운 제주도만 가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에 자주 가 본 사람이라면 안다. 제주도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를 말이다. 인스타에 올라온 제주도는 언제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반겨줄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비가 오는 날도 많고 태풍이 오는 날도 많다. 태풍이 오지 않아도 강풍이 부는 날이 많다. 제주도에서 강풍을 만나면, 왜 제주도가 삼다도 인지를 알게 된다. 

 제주도의 날씨를 우습게 보고 여행을 강행한 적이 있었다. 제주시 시내에서 이미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걸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일정에 따라 산굼부리로 갔었다. 산굼부리의 풍경을 열심히 눈과 사진에 담으면서 즐겁게 언덕을 올랐다. 하지만 갑자기 날이 흐려졌고,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우산도 뒤집히는 바람에, 눈과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면서 재난영화 한 편을 찍고 겨우겨우 산굼부리 언덕에서 내려왔다. 하필이면 뚜벅이로 온 탓에 잡히지 않는 택시를 원망하며 친구와 추위에 떨었다. 심지어 눈을 너무 맞아 스마트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겨우 잡은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날씨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언제나 평화로운 줄만 알았던 제주도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국내 여행도 이런데 해외여행에서 날씨가 좋지 않다면?

 그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날씨가 좋은 계절에 여행을 떠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날씨가 좋지 않은 계절에 떠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여행 일정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보다도 회사의 휴가 일정이니까 말이다. 업무로 너무 바쁜 시즌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말이다. 가장 더운 시즌인 7말, 8초에 아이들의 방학과 회사 휴가 일정에 맞춰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날씨를 고려하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회사에 있는 편이 더 좋은 그런 계절에도, 휴가일정에 맞춰 더위를 굳이 겪으며 여행을 한다.


 여행의 성공은 날씨에 달려있다. 


 적당히 선선하면서 비가 오지 않고 하늘은 맑고 깨끗해서 사진을 찍으면 아주 잘 나오는 날씨, 너무 덥지 않아서 활동하기 좋은 시간들. 내가 여행을 할 때 원하는 날씨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날씨는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날씨요정이기를 늘 기대하지만, 나는 결코 날씨요정은 될 수 없었다.


 가족여행지였던 다낭여행. 동남아 여행은 거의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우기, 건기를 고려해서 여행 일정을 짜야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가족들끼리 모두 여행 일정이 맞을 때,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고 하는 다낭으로 여행지를 정한 것뿐이다. 여행지를 선택하고 여행 정보를 수집하면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시기가 다낭의 우기임을 알았다. 한참 고민했지만, 이미 여행지를 선택한 뒤였고 여러 후기들을 봤을 때 다낭의 우기는 우리나라 장마처럼 비가 주궁장창 내리는 것이 아니기에 여행하기 힘들지 않다는 글을 봤다. 그냥 비 올 때 잠깐 피해 있으면 된다는 말이었다. 오히려 날이 건기 때보다 덥지 않아 여행하기 수월했다는 글도 있었다. 이 글들에 힘을 얻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여행을 진행했다.(비가 와서 여행이 힘들었다는 글들은 제목부터 스킵하고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

 그렇게 진행된 우기 다낭 여행. 후기처럼 비는 주구장창 내리지 않았고, 날씨는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성공적인 날씨였지만, 나는 날씨의 요정이 아니었다. 

비는 중간중간 계속 내렸고 하늘은 구름이 많아 어두웠으며, 바다와 강은 흙탕물이었다. 다낭 같은 동남아에서는 필수인 수영은 날이 쌀쌀해서 거의 하지 못했고, 고도가 높은 바나힐에 갔을 때는 비가 너무 내려서 우비를 입고 돌아다니다가 추워서 실내로 피신할 정도였다. 아마 동남아의 우기를 너무 무시한 벌일 것이다. 

다시는 동남아는 우기 때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물론 우비를 입고 돌아다닌 순간은 지금도 재미있는 추억 중 하나이다. 아직까지도 가족들의 이야기 주제로 다뤄질 만큼 말이다. 그럼에도 좀 더 맑고 깨끗한 다낭을, 더운 날씨에 한가롭게 수영하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에 여행을 떠난 적은 별로 없다. 사계절이 덥지만 특히나 여름철에 매우 더운 홍콩은 휴가 일정에 맞춰서 가장 더운 8월 중순에 떠났으며, 12월부터 2월이 눈 보기 가장 좋은 여행지인 홋카이도에는 항공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비수기인 11월에 떠났다. 언제나 날씨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여행이었다. 항상 다음에는 꼭 그 나라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떠나야지 라는 마음을 먹지만, 결국에는 나의 일정, 여행 메이트의 일정, 경제적인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여행 일정을 정하게 되고, 좋은 날씨는 다시 하늘에 기도하는 그런 모양새를 띄게 된다. 비록 그 계절이 날이 무척 덥거나 혹은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지만 내가 갈 때는 날이 좋아지기를. 그 계절에 떠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면서 다행히 날이 좋았다는 후기만 선택적으로 보면서 말이다.


 여행의 성공은 날씨에 달려있다. 그리고 우기와 건기의 선택, 그 여행하는 국가의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올해의 해외여행 계획은 또 이런 계획과 역행해서 정해졌다. 너무 더운 계절을 피했지만 그럼에도 더운 계절에 떠나기도 하고, 연말 일정이 한가 하기에 우기인 걸 알면서도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날씨의 요정이 되기를 기도한다. 제발 내가 여행 갈 때는 많이 덥지 않고 비가 스콜처럼 새벽에만 잠깐 내리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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