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아 Jul 02. 2024

여행과 카메라

남는 건 사진뿐?

 여행 중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하지 않던가. 사실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최근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남는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사진이나 영상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때로는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사진을 찍는데 더 몰두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SNS에 공유하지만, 이전에는 인화를 해서 정리해 놓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진들을 찍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카메라 일 것이다.


 나의 첫 해외여행의 카메라는 빌린 카메라였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마땅한 카메라가 없었다. 이미 유럽여행을 준비하는데 돈을 많이 사용했기에 카메라를 사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일부 여행 자금을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 손을 더 내밀기도 어려웠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카메라를 대체하지도 못했다.(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 시절이었다.) 나는 결국 사촌언니한테 카메라를 빌려가기로 하였다. 빌려간 카메라는 똑딱이 카메라였다. 지금 보면 매우 저화질의 카메라였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나의 추억을 저장해 주었다. 데이터를 백업해야 한다는 것도, 카메라 메모리의 용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떠났기에, 일부 사진은 날려먹었고 나중에는 용량이 부족해 기존에 찍은 B급 사진들을 눈물을 머금고 삭제하기도 했다. 지금 고화질의 사진들과 비교하면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들이지만, 그 빌린 카메라 덕분에 첫 해외여행의 추억을 저장할 수 있었다.


 여행에 취미가 생기면서, 여행에 가지고 다닐 카메라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카메라는 모르지만 욕심은 많았던 나는 미러리스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미러리스와 DSLR의 스펙 차이는 모르겠고, 미러리스가 DSLR에 비해 작고 귀여워 보였다. 특별히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채 그저 셀카 촬영이 용이한 틸트형으로 사는 것만 결정하고 하이마트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소니의 제품만 알고 갔다가, 매장 직원의 영업에 홀려 삼성의 미러리스 카메라, NX300m을 구매하게 되었다.(삼성은 현재 카메라 사업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장만한 나의 첫 카메라. 이 카메라를 가지고 많은 여행을 떠났다. 슬슬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아지고 카메라를 별도로 챙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에도, 나는 카메라 없이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내일로 여행을 떠나는 날. 카메라를 집에 놓고 온 것을 지하철 역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카메라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없었고 다시 집으로 가서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결국 타기로 했던 내일로 기차를 놓쳤고, 나는 친구에게 석고대죄를 하면서 간식을 사줬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여행에 미러리스를 안 가져간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여행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사진의 퀄리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좋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구도는 둘째치고 수평선도 맞지 않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미러리스는 평소에 사진을 잘 찍지 않은 나에게 여행지에서 만큼은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미러리스가 버거워졌다. 너무 무거운 것이다. 이건 체력의 문제 일수도 있고, 최근 스마트폰이 너무 좋아진 탓도 있다. 일단 나는 뚜벅이기에 많은 짐들은 부담된다. 점점 미러리스의 무게가 나를 눌러왔다. 또 미러리스로 찍는 사진 보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더 감상적으로 나오니, 미러리스는 너무 무거운 기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사진을 몇 장이라도 꼭 인화하는 나에게는 미러리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넘어가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똑딱이 카메라를 구매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똑딱이 중에서도 성능이 매우 좋다는 하이엔드 똑딱이 카메라를 구매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미러리스를 살 때처럼 매장에 무작정 찾아가지 않았다. 나름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서 카메라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렇게 캐논 G7X mark2를 구매하였다. 확실히 무게에 있어서는 이건 신세계였다. 미러리스처럼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핸드백에 들어가는 사이즈, 가벼운 무게, 사용하기 편리함, 미러리스보다는 못하지만 좋은 화질. 하이엔드 카메라는 확실히 장점이 많은 카메라였다. 새로운 카메라로 더 많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기존 미러리스 보다 더 빨리 내 주력 여행 카메라 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 


 편리함을 이유로 기변을 했지만, 결국 최근에는 가장 사용하기 편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다. 하이엔드 카메라가 기존에 다루던 미러리스보다는 확실히 편하지만, 스마트폰의 카메라의 화질이 너무 좋아진 탓에 손이 덜 가게 되었다. 게다가 예전처럼 인화 목적보다는 인스타 및 블로그에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사진 촬영의 목적이 돼버리면서 바로 편집과 업로드가 편리한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 찍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여행을 갈 때 스마트폰 외에도 카메라를 챙겨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메인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힘든 곳이나 배터리 이슈 등이 있을 때 사용하는 보조 카메라로 그 쓰임이 변경되었다.


 최근에는 또다시 사고 싶은 카메라가 생겼다. 액션캠같이 주로 영상을 찍는데 특화된 카메라들 말이다. 물론 역시나 스마트폰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에 영상 역시 별도의 카메라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격렬한 활동을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액션캠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여행 중 격렬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최근에는 사진만큼이나 영상도 많이 찍게 된다.  여행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버린 탓일까? 좋은 카메라를 또다시 사고 싶으니 말이다. 여행 유튜버도 아니면서 계속해서 오버 스펙의 기계를 추가하고 싶은 것은 여행에는 사진이 필수라고 여기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건 단순한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사진과 영상을 남기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나는 구시대적인 사람처럼 아직도 여행에 남는 건 사진(영상)뿐 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또 카메라 비교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있다. 아마 언젠가 액션캠을 하나 사야지 이 갈망이 끝날 듯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성공은 날씨에 달려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