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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Jun 03. 2024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

이번에는 어디로 떠날까?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휴가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스몰 토크를 하기 위한 주제로 이만한 것이 없다. 


"다들 이번 여름휴가를 준비하셨나요?"

"어디로 가시나요? 언제 가시나요?" 


 코로나 시기에는 다들 어쩔 수 없이 국내로 여행지를 정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족들끼리 긴 휴가 일정 맞추기가 어려운 우리 부장님은 제주도로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아이가 아직 어린 집은 바다와 리조트가 잘 되어있는 동남아 쪽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잡고 있다. 아직 남편도 아이도 없는 싱글이 나는 친구와 길게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어디로 떠나나요? 여행지를 무슨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생각해 보면 그동안 선택했던 여행지가 모두 정확한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남들이 많이 가는, 혹은 꼭 가야 된다고 생각되는 곳이 여행지로 선택되었다. 언제부터 꿈꿨을지 모르는 유럽 배낭여행을 실행했을 때, 16박 동안 어느 나라로 가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사실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로망이었을 뿐, 구체적으로 꼭 가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대학생이라면 뭔가 배낭여행쯤은 떠나야 한다는 막연한 꿈이 있을 뿐이었다. 꼭 가고 싶은 나라가 없으니 16박 동안 떠나는 나라는 가장 유명하고, 여행 책자에서 많이 추천하는 코스로 선택하게 되었다. 런던 인, 로마 아웃으로 정하여, 런던, 파리, 뮌헨, 프라하,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까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움직였을지 모를 빡빡한 일정이다. 지금이라면 여행지를 줄이고 한 도시를 더 깊게 여행했겠지만, 그 당시에는 다시는 유럽에 가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어쩌면 이때의 여행지의 선택은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장소를 정했다기보다는, 배낭 여행자라면 모두 들려야 하는 도시들을 짧고 빠르게 훑고 지나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하는 여행은 주로 친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을 위주로 떠났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친구만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친구가 강력하게 가고 싶다고 주장하는 곳이 있다면 맞춰서 여행을 떠나는 편이었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여행지가 오사카로 정해지기도 했다. 내 첫 일본여행이었다. 친구에 의지하면서 별생각 없이 떠났던 오사카 여행은 나에게 도시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편리한 교통, 다양한 맛집, 문화재가 다양한 가까운 근교 여행까지, 오사카는 여행의 초보였던 나에게 가장 적합한 여행지였다. 한국인이 많은 여행지를 불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안정감을 주었다. 적당한 외국의 느낌을 주면서도 혼자 고립되지 않을 것 같은 장소. 도시가 주는 편안함과 동시에 적당히 즐길거리가 있는 장소. 새로운 여행취향이 생긴 순간이었다.


 반면에 동남아 여행은 또 다른 취향을 만들어줬다. 목적지는 태국 치앙마이였다. 이 역시 친구가 강력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인스타에서 본 치앙마이에 있는 리조트에 가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바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치앙마이가 지금처럼 한달살기의 성지로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치앙마이는 오사카처럼 교통의 편안함이 없다. 날은 더워서 많이 걸어 다니기 힘들다. 그런 치앙마이가 매력적인 것은 다양한 카페와 힙한 식당들, 저렴한 물가 그리고 저렴하지만 예쁜 리조트들이었다. 유교걸로서 여름에도 블라우스 안에도 탑을 받쳐 입는 나에게 가벼운 여름옷을 아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치앙마이는 새로 즐거움과 도전이었다. 처음으로 입어본 비키니, 짧은 바지와 치마, 한국에서 도전하기 힘든 스타일의 옷들까지. 물론 친구들과 함께 갔기에 가능한 의상들이었지만, 일상에서 그리고 나의 평소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앙마이의 여행은 특정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잠깐 쉬고 야시장을 구경하고, 수영을 즐기는 여행이었다. 여행을 관광으로 여긴 나에게는 신선한 여행이었다. 비록 나의 여행 취향은 아직도 관광에 가깝지만, 다른 즐거움을 알아버렸으니 목적지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가족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내가 도전하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할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여행하는 동안에 불편하지 않을 여행지를 선택해야 하기에 부담이 더했다. 그래서 선택할 때는 남들이 많이 가는, 그래서 정보와 서비스가 많은 곳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정해진 우리 가족의 첫 번째 해외여행지는 다낭이었다. 다낭은 일단 경기도 다낭시로 불릴 만큼 한국인이 많이 가는 장소였기에 여행 정보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이미 사업적으로도 많이 진출했기에 투어나 마사지 등을 이용하기 편리했다. 한국인이 워낙 많이 가기에 대부분의 서비스 직종에서 카톡으로 대화가 가능했으며, 사실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곳도 많다. 해외 자유여행이 처음인 우리 부모님에게는 너무 쉽게 여행을 즐기기 좋은 장소였다. 

 혹은 부모님의 로망을 담은 장소로 가족 여행지가 선택되기도 한다. 다음 우리 가족의 해외여행지는 싱가포르이다. 이것은 엄마의 강력 주장으로 정해진 장소였다. 엄마가 이 장소를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남이 뉴스에 나왔을 때 저들이 갔던 저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했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행지 선택이 엄마가 싱가포르를 선택했던 것처럼 한 순간의 장면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한 장면으로 여행지를 정했고, 또 다른 친구가 치앙마이의 리조트의 수영장을 보고 여행지를 정했고, 그리고 내가 이번 여름 여행지를 빨간 지붕과 바다가 어울리는 풍경을 보고 크로아티아로 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인스타, TV, 유튜브 등에서 잠깐 스쳤던 그 장소가 갑자기 나에게 꽂혀 그곳을 여행장소로 선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여행장소의 선택의 나의 취향보다는 운명 같은 만남이 아닐까. 이번에 나에게 다가온 운명의 장소가 또 어떤 즐거움을 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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