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이비누 Nov 11. 2024

소유가 주는 인생의 무게

옷이 없으면 오히려 '뭘 입을까' 고민이 없어진다.


어렸을 때는 필요 없는 것들까지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친구가 새 물건을 사면 괜히 부러워서, 나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꼭 가져야 할 것처럼 느껴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물건들은 결국 쌓여가기만 하고, 나의 일상에 무거운 짐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소유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옷장에 옷이 많을 때, 아침마다 ‘오늘은 뭘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불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크고 화려한 차를 탈 때는 주차가 불편하다고 느꼈고, 어떤 물건은 사는 순간부터 이내 필요가 없어지면서 공간만 차지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내가 그 물건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더 많은 물건을 갖기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몇 가지에만 집중하고 그 물건들을 제대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몇 가지에만 애정을 쏟기


저는 출근할 때 항상 검정 티셔츠와 회색 바지를 입습니다. 올여름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반팔 티셔츠 네 장과 바지 두 벌로 여름을 보냈습니다. 어떤 운동화는 10년째 신고 있고, 매일 신고 다니는 크록스는 바닥에 구멍이 날 때쯤 새로 바꿉니다.  

이렇게 적은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무언가를 악착같이 절약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면서, 그 물건을 충분히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새 것을 자주 사지 않더라도, 있는 것을 온전히 활용할 때 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물건을 제대로 쓰고 있구나, 잘 사용했구나’라는 기특함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것을 가졌을 때의 무게보다, 몇 가지 소중한 물건을 잘 관리하는 가벼움이 제게는 더 큰 행복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내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만 신경을 씁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임지는 것


소유라는 개념이 더 이상 단순한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그만큼 관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무게를 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사람과 물건을 포함해 내가 보살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내가 충분히 애정을 주고 보살펴야 하는 대상들이 있기에 지금의 삶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물건의 양보다,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로 채워진 삶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01화 연봉 1억이 되면 행복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