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없으면 오히려 '뭘 입을까' 고민이 없어진다.
어렸을 때는 필요 없는 것들까지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친구가 새 물건을 사면 괜히 부러워서, 나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꼭 가져야 할 것처럼 느껴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물건들은 결국 쌓여가기만 하고, 나의 일상에 무거운 짐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소유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옷장에 옷이 많을 때, 아침마다 ‘오늘은 뭘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불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크고 화려한 차를 탈 때는 주차가 불편하다고 느꼈고, 어떤 물건은 사는 순간부터 이내 필요가 없어지면서 공간만 차지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내가 그 물건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더 많은 물건을 갖기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몇 가지에만 집중하고 그 물건들을 제대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저는 출근할 때 항상 검정 티셔츠와 회색 바지를 입습니다. 올여름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반팔 티셔츠 네 장과 바지 두 벌로 여름을 보냈습니다. 어떤 운동화는 10년째 신고 있고, 매일 신고 다니는 크록스는 바닥에 구멍이 날 때쯤 새로 바꿉니다.
이렇게 적은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무언가를 악착같이 절약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면서, 그 물건을 충분히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새 것을 자주 사지 않더라도, 있는 것을 온전히 활용할 때 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물건을 제대로 쓰고 있구나, 잘 사용했구나’라는 기특함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것을 가졌을 때의 무게보다, 몇 가지 소중한 물건을 잘 관리하는 가벼움이 제게는 더 큰 행복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내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만 신경을 씁니다.
소유라는 개념이 더 이상 단순한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그만큼 관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무게를 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사람과 물건을 포함해 내가 보살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내가 충분히 애정을 주고 보살펴야 하는 대상들이 있기에 지금의 삶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물건의 양보다,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들로 채워진 삶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