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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명 Jul 12. 2024

아웃소싱과 공장의 공생 관계 (2)

파견사원으로 살아남기

파견사원으로 살아남기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비슷해 보이는 공고들, 하지만 아웃소싱 업체들은 각양각색이다. 즉 구인을 위한 구직 공고 또한 아웃소싱에서 대행하여 공고를 올리는 것이다. 공고를 지원한 후, 아웃소싱 업체에서는 백이면 백 하루 내지 이틀 안에 연락이 온다.


내가 경험한 바, 아웃소싱 업체의 연락을 받은 후 면접을 보러 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보았다.


첫 번째, 아웃소싱 업체의 회사에 직접 방문하여 차로 이동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구인 공고를 본 지원자들에게 동일한 아웃소싱 업체의 회사 방문 시간을 안내받는다. 처음엔 1:1 면접이라고 생각하고 간 장소에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6인 가량이 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서 담당자를 통해 회사의 규모, 간단한 연력과 하게 될 일들에 대한 설명과 급여, 타지 사람들을 위한 기숙사 체계 등을 알려준다. 대부분 방문 시, 신분증과 이력서를 지참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게 되는데 현장에서 바로 이력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력서는 담당자의 손을 거쳐 공장의 면접자에게 곧바로 전달되어 면접이 진행된다.


공장의 대부분이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함께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담당자의 차에서 공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은 마치 부동산에 방문해 중개사의 차를 타고 원룸을 보러 갔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 숨 막히는 어색함도 비슷하다. 업체를 방문했던 여러 번의 경험 중에서도 중형차의 뒷자리에 3명이 차에 꽉 낀 채로 30분을 아무런 대화 없이 내달린 일은 잊지 못한다. 추위가 가시지 않을 즈음 2월 말이라, 다들 두툼한 패딩을 다들 입고 있어 차가 방지턱을 넘을 때 몸이 부딪쳐서 생기는 바스락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경험을 매일 하면 무던해지는 것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운전을 하는 뒤통수를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예상 인원이 0명인 경우도 생기는 신기한 일도 생긴다. 예를 들어 5곳을 지원하면, 대부분 5곳의 업체에서 즉시 연락이 와 면접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지원자는 면접 일정을 보통 가깝게 잡고, 조건을 견주어 마음에 드는 공장에 입사를 하게 되면 그대로 다른 아웃소싱 업체와 연락두절. 물론 게으름으로 인해,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공장에서 만난 A 씨의 황당한 일화이다. 늦잠을 자서 출발해도 30분은 지각할 같아 담당자에게 면접 취소 통보를 하고자 전화를 걸었는데, 담당자가 당일 면접을 보기로 인원 5명 연락이 되는 인원이 자신 밖에 없어 늦어도 괜찮으니 제발 오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결국 꾸물거리며 30분도 아닌 1시간을 지각. 담당자의 얼굴은 이미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언짢은 기색이었으나 공장까지 모시고 갔다는 사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점은 면접에 합격했고, 공장이 바로 나와 A 씨가 만난 공장이었다는 점까지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이보다 더한 것은, 회사에서 따로 면접을 진행하지 않는 것인데 아웃소싱 업체에서 대략의 설명을 듣고 업체 담당자가 합격, 불합격 여부를 판가름하여 연락을 주고 바로 공장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아웃소싱 업체 담당자에게 질문 세례를 받는 일도 있다. 이 일화들만으로 공장의 구인 현실을 다들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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