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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명 Feb 18. 2024

이보(二步)는 면접

나이가 들수록 구직 활동은 간절해진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유베날리스의 말은 우리에게 진부할지라도 결코 틀림없이 옳은 말이다. 새로운 결심으로 눈을 반짝였지만 기차를 2번이나 놓친 너덜너덜한 육체를 내가 하는 말이니 말이다면접을 보러 가기도 전에 스스로도 제어가 불가능한 나의 고약한 스킬 '욕망에 충실하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 가능하다. 그 덕분에 잠의 욕구에 상당히 충실하다.



9시 57분 출발 KTX를 타러 가기 위한 택시 예상 도착 시간이 9시 57분.


똥줄 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사님에게 애원했다. 


"될 것 같은데"


무심하게 툭 던진 기사님의 한 마디에 단숨에 희망적인 기분이 되었다. 특히나 부산 택시 기사님이 하시는 말은 설득력이 높다.


액셀을 밟아 달리는 동안, 휴대폰으로 'KTX 바로 출발하나요?', 'KTX 얼마나 기다리나요?'를 식은땀 흘리며 검색하며 절망적인 결과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기사님은 도착했다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13분이나 이르게 도착다. 부산 택시 기사님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는 순간이었다. 


운 좋게 흘러갈 것만 같던 하루의 복선이었던 것일까. 이후로 엄청난 난항을 겪게 되었다.


면접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천안 아산역에 도착.

집착에 상당한 소질이 있는 회사의 담당자는 아침부터 계속된, 정말 끊임없는 연락하며 이동 동선 보고를 요구했고, 집착은 천안에 도착한 후에야 그쳤다. 초행 길인 시골 쥐는 미리 출발해 회사 근처에서 대기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움직였다.


분명, 움직였을 터.


도무지 회사로 도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로 가지 못하게 수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힐 정도였다. 길 찾기 어플대로 버스를 탔지만 내려야 할 버스노선은 없고, 예상 도착 시간은 배로 늘어나기도 하며, 배차 시간마저 달랐다.


환승을 하고, 또 하고 헤매다 2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내가 길치였나 혼란에 빠졌다. 결국 면접 시간이 임박해,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택시 VIP라고 불러도 좋다) 집착광공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택시를 탔음에도 약간 늦게 도착할 것 같다' 대답했다.
 

"하하하, 그 생각을 빨리해서, 진작에 택시를 타고 출발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한숨과 함께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에 울컥해 누가 그걸 모르냐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변명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전화를 금세 끊었다.


누가 2시간 동안 헤맬 거라고 생각을, 나도 몰랐다.  


"천안은 원래 배차 시간나 노선이 좀 안 맞나요"


"버스 탈 일이 없어서, 저는 잘 모르죠."


택시 기사님은 룸 미러 속의 나를 바라보고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동시에 힘 빠지게 만드는 대답이기도 했다. 탓할 것은 갑자기 발동한 '길치' 스킬인가 한탄하며 자기 비하에 빠져있을 때 기사님이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27일에 천안 시내버스 개편이 있어서"


아, 당일은 30일이었다.  낼 곳도, 탓 할 사람도 없다. 혼자 욕지거리를 꾸욱- 삼켰다. 길 찾기 어플 의존성을 버리고, 길 묻기로 마음을 바꿨다. 역시 사람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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