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이사가 잦았다. 고등학교도 기숙형 고등학교에 진학해, 3년 동안 4명의 룸메이트와 함께하였다. 대학교에 가선, 산골짝의 삶을 버렸다. 바다 짠내나는 부산에서, 또 다시 여러 룸메이트와 어울리며 지냈다. 이후, 자취를 시작하며 이곳 저곳 동네를 오가며 흘러온 10년. 그럼에도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 생기지 않았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은 30살의 나에 대한 어떠한 설렘도 기대도 주지 못했다. 큰 무료와 권태만이 나를 채웠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나를 바꿀 방법이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는 삶이 지겹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건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즉, 어린 시절부터 있어진 잦은 이사는 무엇이든 쉽게 버리게, 포기하게도 만들었으며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순간에도 내 마음은 방황하며 머무를 곳을 찾아 헤맸다.
성기는 계연이라는 인연을 찾고 역마라는 운명에 몸을 던졌겠지만, 나는 인연과 나를 찾기 위해 역마 속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몸은 던졌으나 그대로 꼼짝없이 노숙해야 할 상황이었다.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숙자가 제공되는 회사를 우선순위로 하여 생산직 구직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