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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명 Sep 13. 2024

그 공장 밥맛이야 (1)

의식주(衣食住)의 식(食) 해결하기


'돈 왜 버냐, 먹고살려고 돈 버는 거지.'


으레 돈을 버는 이유를 물을 때 듣는 단골 대답이다. 학창 시절 월간 급식표를 보며 맛있는 게 나오는 날에 맛있는 반찬에 형광펜을 그으며 즐거워했던 기억들과 친구의 결혼식 속 웨딩드레스보다 뷔페가 맛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는 게 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공장은 대부분 잔업과 특근이 있어 종일토록 공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점심, 저녁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주간이 아닌 주, 야로 24시간 설비가 돌아가는 공장의 경우 아침을 포함한 삼시 세 끼를 제공하기도 하나 보통은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제공한다. 끼닛거리 걱정 없어 '아이고, 좋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 평 남짓한 곰팡이가 핀 방에서도 머리만 대면 기절하듯 잠만 잘 자는 사람들이라 밥과 김치만 줘도 군말 없이 수저 먼저 챙길 줄 알았다. 그러나 바로 밥상머리를 엎을 사람들이었을 줄은. 우리나라에 '옛말에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라고 할 정도로 밥에 진심인 민족이다. 공장마다 비치되어 있는 건의함은 대부분 텅텅 비어있는데 식당 내의 건의함에 식단에 대한 건의는 늘 가득 차있다. 재미난 일이다. 공장 내의 인사 관리 및 운영 방식의 개선은 미미하다고 봐도 무방한데, 식사 개선은 상당히 빠르다. 실제로 내가 일했던 30년 이상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A공장은 회사 리뷰를 적는 사이트에 식당 밥이 맛이 없다고 적힌 리뷰들이 과반수였다, '옛적에는 밥과 김치, 단무지에 국만 줬던 때도 있었다'라고 20년 이상 일한 부장님의 신방성 있는 증언을 비추어 보았을 때 식사가 형편없었던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식사도 복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회사 리뷰에 식사에 대해서 적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왠지 공장의 밥은 맛없을 것만 같고 고기반찬은 꿈도 못 꿀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막상 여러 공장들을 다녀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그렇다면, 공장의 식사는 수요일의 잔반 없는 날을 떠올리듯 맛있는 곳도 있다는 말인가 하고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힘든 노동의 뒤에 먹는 밥은 달디달다는 것이다.


고독가 미식가 아닌 배고픈 공순이가 여러 공장의 끼니를 분석해 본 결과, (다양한 음식을 먹기 위해 공장을 탐방한 것은 아니다) 입이 많을수록 공장의 음식이 맛있어지고 규모가 큰 공장일수록 반찬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대기업의 협력 업체이며 근래 상장된 규모가 있는 B공장에서의 공장은 나와 잘 맞지 않았지만 식궁합은 참 찰떡이었다. 식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일 메뉴가 아닌 한식과 일식을 선택하여 식사가 가능했다. 게다가 간편식으로 단백질 셰이크 및 라면과 김밥 등을 제공하고 있어 B공장에서의 나는 오매불망 식사 시간만을 기다리기는 한 마리의 멍멍개였다. 간편식의 경우 식사 시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비치되어 있어서 챙겨갈 수 있다는 점이 참 괜찮았고, 당시에 유행하는 음식이 식단표에 들어가 있어 트렌드마저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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