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의 식(食) 해결하기
반대로, 배를 두드리며 잘 먹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날들도 꽤 있다. 생산량 증가 등을 위해 신설된 제2 공장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가짓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고기반찬이 나오는 날이 적어 실망했었는데 역시나 밥이 맛이 없는 것은 참지 않는 사람들 덕에 식당의 건의함이 가득 차게 되고 실로 빠른 개선과 푸짐한 돼지갈비찜은 잊지 못한다.
공장 내에 구내식당이 없거나 식당 이용을 선택 사항으로 두어 식대 비용을 지원하는 공장도 더러 있다. 식대 비용이라도 악착같이 모으겠다고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꾸준히 도시락을 챙겨 오지 않을 거라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공장들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공단 내에 위치해 있어 인근에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거나 혹은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아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니 밥까지 부실하니 일이 더욱 고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한 번은 인근 편의점이나 식당이 없기에 공장 내에 스낵 및 음료를 반값으로 판매하는 자판기가 비치된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항상 제품이 없이 텅텅 비어있어 자판기에 물품을 왜 제때제때 채워놓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있었는데 물건을 채워 넣자마자 털어가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범인은 50대 여성으로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는 싸니, 사서 가방에 꽉꽉 채워 넣어 집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알뜰살뜰하다고 칭찬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 자판기에는 메모가 붙여지게 되었는데 '한 사람당 구매 품목 2회로 제한'이라는 웃픈 규칙이 생기기도 했다.
공장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일렬로 앉아서 식사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공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주 보고 식사하는 것을 오히려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 식당에서 먹는 밥마저 일렬로 나란히 앉아서 먹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삭막하게 느껴졌다. 저마다 자리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 힘든 공장 생활의 활기를 돋우게 만든달까.
의외로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밥만 맛있어도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공장에서는 특식을 자주 제공하도록 하자. 특식이 나온 날은 맛있었다고 아이같이 웃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게 공돌이, 공순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