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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출근이라 해서 왔습니다.

적당히 일하려고 했는데, 그게 문제였나 봅니다

by 윤수박

역시 오래간만에 브런치를 열게 되는 건 늘 감정이 요동칠 때인 것 같다. 특히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은 나의 글의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참 꾸준함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라, 내 글은 항상 감정기복으로 범벅된 하루만 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나는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이 회사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집과 거리가 가까웠다는 점, 또 하나는 주 4일 출근이라는 조건. 단순하지만, 나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처음 이 지역에 발을 디뎠을 때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주야 교대와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몸은 점점 지쳐갔고, 퇴근 후에는 어떤 사적인 시간도 끼워 넣을 수 없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거나 친구와 노는 데 시간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대신, 글을 쓰고 싶었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싶었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기에, 새로운 회사를 찾았다. 이번에는 정말 퇴근 후에도 나를 위한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꽤나 오래된 회사에 비해 젊고 쿨해 보이는 대표가 회사가 쌓아놓은 부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괜찮아 보였고, 그가 설명하는 회사의 장점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다만,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마케팅을 통한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받게 되는 기본급의 액수에 내가 반색을 표하자, 황급히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급여 명세서를 낱낱이 보여주며 원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필요해서 이 회사에 지원했다고. 대표는 "그렇다면 정말 잘 온 거다"라며,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했다. 그의 태도에 나는 이 회사가 마케팅 업무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주는 곳이라는 착각을 했다.


물론 그 기대는 입사 하루 만에 무너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인 일이었을 텐데, 나의 판단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 가장 큰 나의 오판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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