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현실 사이, 컴컴한 사무실 앞에서 시작된 첫 출근
출근 첫날, 집에서 회사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였다. 가까운 거리 덕분에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가벼웠다. 이렇게 출근길이 가벼웠던 적이 있었던가, 통근 버스에 몸을 싣지 않고 출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나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기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자동문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은 컴컴했고, 인기척 없는 풍경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그리고 나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사람이 한 명을 발견했다.
그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그녀가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입사 동기이자 같은 부서에서 일할 직장동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뜻하고 친절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고, 앞으로의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회사 생활에 한줄기 빛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보다 덩치가 작고 왜소했지만. 회사 생활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사람 문제인데,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났다는 건 꽤나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대화는 5분이 지나고 10분, 20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았던 당일에는 직원이 한 명뿐이었고, 도대체 이곳에 몇 명이 함께 일하는 지조차 알 수 없었다. 결국, 의아한 마음에 면접을 진행했던 회사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폭설로 인해 출근이 늦어지고 있으며, 곧 도착할 것이니 나와 입사 동기 둘이서 먼저 회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있으라는 것.
당황스러운 첫 출근이었다. 우리는 다소 어색하지만, 회사 출입문 옆에 있던 열쇠를 찾아 직접 문을 열고,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사무실의 불을 켰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회사에 도착했지만, 당장 해야 할 업무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 의욕은 넘쳤지만, 내 의욕을 구체적으로 이끌어줄 사수도, 업무 일정도 없다는 건 정말 놀랍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생전 처음 겪어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하지만 이 지점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사내 분위기가 꽤 자유로운 편이구나'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며 애써 이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