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8 짧은 글 에세이_ 사물의 입장에서 글쓰기
당신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게 만들죠. 하루에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는지 세어보진 않지만 외출을 위해 씻기 전 꾀죄죄한 모습부터 다 씻고 난 뒤 촉촉한 모습, 옷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또 틈틈이 뭐가 묻진 않았나 점검하는 모습까지 다 보곤 합니다. 오늘은 어디를 나가십니까?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엄청 편해 보이는 복장이네요. 지금 표정은 어두워 보이네요. 슬픈 일이 있으신가요? 당신이 웃고 울고 화내는 모습들을 매 순간 나를 통해 비추며 확인하지는 않지만 어떨 땐 그런 모습들을 카메라로 찍는다면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상상하는 당신의 표정이 정말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배우를 꿈꾸던 때가 있었죠? 그래서 나를 보며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대본을 외우며 연기를 하는데 저도 모르게 당신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즉각적으로 미세한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모습들을 당신 스스로가 볼 때 '아... 이게 아닌데'하며 고개를 저으며 처음부터 다시 연기 연습을 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제가 바로 피드백을 해드리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 새삼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왜 대단한지 프로의 면모에 감탄하며 연기에서 손을 떼던 모습이 저로서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비추고 있습니다. 늘 나와 눈을 맞추던 이곳에서의 많은 물건들이 당신이 집을 비운 사이에 수군대는 걸 보곤 합니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진 않지만 대부분 당신을 칭찬하거나 매일 똑같은 일상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만 당신을 응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이들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는 걸 아는 순간 나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는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사실에 저 또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불완전한 생각으로 살아가지만 그 안에 확신을 심어준 건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체력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나중에 주름이 하나씩 늘어도 지금 같은 건강한 모습으로 뭐든 이뤄가시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새로 시작한 게 있더군요. 매일 글쓰기를 하며 하루치의 글쓰기를 완성하면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바라볼 때 저도 뿌듯한 미소를 당신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게 참 좋습니다. 대게 출근 전인 새벽시간에 독서와 글쓰기까지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다행입니다. 당신이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말입니다. 아마 책을 쓰기 위해 매일 글을 쓴다지요? 항상 응원합니다. 꼭 좋은 글을 쓰고 그 글이 인도하는 곳에 가기 전, 멋있는 옷과 단정한 용모를 가꾸기 위해 저를 보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어느 날 좋은 3월의 토요일에 유튜브에 출연한다고 저와 오랜 시간 눈을 맞추며 입과 표정을 풀던 때가 있었죠? 작가 인터뷰라고 긴장했던 그날 그래도 생각보다 잘하고 오셔서 꼭 칭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염원하던 좋은 날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어쩌면 빠를 수도 있고요.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를 그대로 비추는 것이 아닌 내면 안에 또 다른 주인공이 나와 그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사람은 내면에 또 다른 자아가 있나 봅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지 못하고 꼭꼭 감춰두고 살아가서 마음에 병이 생기기도 하는데 혹시 당신도 그러시진 않나요? 한 번씩은 드러내 주세요. 어쩔 수 없이 감추고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라면 나한테라도 드러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마다 당신 스스로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으로 털어놓는 마음 깊은 곳의 말인지 스스로 느껴보세요.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면 모르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해 보세요. 천천히 알아가면 됩니다.
독서를 하며 표현 방법을 늘려 보세요. 당신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한계를 넓혀서 당신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넓이가 무한정으로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을 당신만의 표현으로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당신만의 표현으로 더 깊이 슬퍼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표현들이 인도해 주는 곳에 당신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나아가는 길도 독서를 통해 만들어질 것입니다. 함께하는 이들과 당신이 계속해서 변해갈지라도 본연의 모습까지 다 바뀌진 않을 겁니다. 처음 무언가 이뤄내고자 다짐했던 그 모습이 당신의 본연의 모습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순간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매일 당신이 저를 보며 '할 수 있다. 잘 해낼 거다.'를 외치며 자신감을 불어넣는 그 행동이 분명 원하는 길로 인도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없던 일로 삼고 문제 삼지 않으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됩니다. 힘들 땐 나를 보고 늘 외치던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다고,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말하세요. 그러고 나서 반드시 웃으세요 제가 당신의 웃는 얼굴을 비출 때 당신은 분명 누구보다 밝을 겁니다. 오늘도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트북 앞에서 고뇌하는 당신의 모습이 화면을 통해 비칩니다. 정확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한 편의 글을 쓸 때 늘 그렇듯, 찡그리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하겠죠. 창작의 고통은 아프기도 하지만 영광의 고통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아프시길 바랍니다. 여러 사람들이 당신의 글에 공감하며 지을 다양한 표정들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제 안에 진심을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