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땐 왜 궁금하지 않았을까. 안구건조와 빛 번짐이라는 부작용의 원인이 무엇인지. 라식 퇴행이 오고 난 지금에서야 찾아본다. 안구건조의 원인은 잘려나간 각막지각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눈물이 분비되지 않아서란다. 세포가 재생되더라도 이미 손상된 세포는 눈물샘으로 달려가 '눈물이 모자라는데, 빨리 눈물을 보내줘.' 하고 말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빛 번짐의 원인은 잘렸다가 재생된 각막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하여 빛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각막에 손 대기 전, 이런 기본적인 검색조차 해보지 않은 나 자신을 탓했다. 마치 무엇엔가 욕심이 지나치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저 라식만 하면 또렷한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가득 차 부작용이 뭔지 따위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갈 일이 따로 있지, 라식으로 잘 보인다는 사촌의 이야기만 듣고 그 길로 수술을 결정했다.
한참 라식 부작용과 짝눈으로 고생한 후에야 알았다. PD수첩에서는 라식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했고, 안과 의사들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수술 없이 시력을 회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나는 24시간 15년간, 안경에 의지한 안경 산업의 피해자라는 것을. 0.1 또는 0.2의 시력이 안경을 쓰지 않아서 고도근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안경과 한 몸이 되는 순간 고도근시가 될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나는 무지했다.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더 많이 알아보고 공부했어야 했다. 누가 날 라식하라고 떠민 것도 아니었고 시력교정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나였으니까. '수술'이라는 것은 어느 부위든 가장 최후의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심지어 시력이 나쁘다는 것은 질병이 아닌, 그저 불편할 뿐이었는데 말이다. 시력 교정 후, 만족하며 지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누군가 시력회복을 위해 각막에 손을 대겠다고 하면...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100명, 1000명 중 단 한 명의 확률이라도 나처럼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라식이 되지 않기를 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