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언제나 새해가 되면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다. 몇 년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엊그제야 자리를 잡고 앉게 된 건, 슬프게도 시력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안경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하며, 나의 모든 신경은 0.1이라는 시력에 꽂혀 있었다. 라식 직후, 안구건조와 부등시라는 큰 시련을 넘어왔듯이 다시 한번 우울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였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궁리 끝에 떠오른 것은 그동안 미뤄왔던 명상이었다. 지금껏 '해보자, 해보자' 생각만 하다가,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눈에 대한 걱정 때문. 온종일 긴장했던 심신에, 하루 단 10분이라도 평화가 필요했다. 눈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보자고 마음먹었다.
라식 부작용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지금의 시력이라도 유지해 낼 수 있는 것 역시 나뿐이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명상은 눈에 대한 나의 걱정이 마음이 아닌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막기 위한 노력이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차. 명상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책을 읽어가며 파악 중이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는 확실한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