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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등시, 그 외로운 싸움

by 소소산 Dec 14. 2024

라식 후, 눈꺼풀을 여닫는 데도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리와 함께 언제나 함께였던 통증. 그러나 실은 그보다 더한 고통이 날 괴롭혔다. 그것은 소위 짝눈이라 불리던 부등시. 수술 전에도 짝눈이었지만 안경으로 교정한 채였기에, 내 눈이 부등시라는 것은 인지할 수 없었다. 교정을 하겠다고 안경을 쓰기에는 수술한 의미가 없었다.      


안경을 쓰지 않고 적응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적응이 됐구나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한 두 눈의 격차. 종종 어지러웠고, 자주 안구 근육이 땅겨왔다.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이 왼쪽만큼 보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오른쪽 안구에 붙어 있는 근육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시력이 한참 떨어진 상태라 그런지 오래전의 격차보다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안경점을 찾았다. 수술 직후, 안경을 맞춰놓고 쓰지 않은 뒤로 처음이었다. 점원은 이런저런 검사 후에, 내가 오른쪽 눈에만 도수를 넣겠다고 하자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우리는 한참의 실랑이 끝에 두 눈에 도수를 모두 넣되 50%만 교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는 결국 그 안경을 쓰지 않았다. 미안해도 용기를 내서 내 의사를 밀어붙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      


안경에 대한 트라우마, 두려움은 내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한번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시력은 나빠질 뿐이고, 결국 안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아무리 부등시로 고생해도 차마 안경을 집어 들지 못하는 이유였다. 각 눈에서 바라보는 상의 크기가 다른 것도 견디기 힘든 예민함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시력’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일본에는 의사들이 쓴 ‘시력회복’ 책이 많던데…. 있는 재산 털어, 일본에 있는 ‘시력회복 센터’라도 다녀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짧았지만, 그 순간의 내 마음만큼은 정말 진지했다. 그 무엇보다도 ‘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 그래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전에 우선 다시 안경을 맞추러 가야겠다. 플랜 B와 C도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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