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안구 일기
라이킷 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라식을 후회한다.

by 소소산 Nov 30. 2024


인생에는 누구나 후회하는 일이 있다. 했어야 했는데, 또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일. 내가 그중에서 주저 없이 꼽는 일은 라식이다. 의사는 말했다. 안구건조나 빛 번짐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나는 그저 끄덕이며 그 설명을 흘려들었고, 시력 검사를 한 당일 라식 수술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서운 일었다. 병원이나 수술 방식에 대한 비교도 하지 않았고, 방문한 당일 받는 수술이라니. 당시의 나는 ‘안구건조’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라식 후에 시작된 안구건조. 나는 겁도 없이 각막에 손을 댄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울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슬픔이 차오르기도 전에 눈물은 잘도 흘러내렸다. 안구건조가 가져온 여러 가지 증상들은 충혈, 다래끼, 눈곱, 안통, 두통 등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뿐이었다. 이제는 안구건조라는 증상에 무뎌진 것인지, 증상이 조금이라도 완화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후회하며 울고 있다고 해서 라식을 받기 전의 (보이지 않지만) 건강한 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괴롭고 불편한 시간들이었지만 살아야 했다. 후회는 버리고 감사해야만 살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충혈이 덜하네, 눈이 덜 시리네. 요즘은 다래끼가 나지 않아, 눈곱이 많이 줄었어.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난시가 덜하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눈이 제법 잘 떠지는데.’ 하고 그날그날의 눈 상태에 감사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내가 안구건조를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수술 몇 년 후인가, 시력이 저하되며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다시 맞췄다. 어떻게 버텨온 시간인데 안경을 다시 쓰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손이 잘 가진 않았다. 이렇게 엄청난 고통이 따를 줄 알았더라면 시력 교정 따위 결코 하지 않았겠지만, 받아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치열하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 며칠 전 책에서 읽은, 시력 교정을 받고 싶다면 80세쯤 시도해 보라던 일본인 안과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