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누구나 후회하는 일이 있다. 했어야 했는데, 또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일. 내가 그중에서 주저 없이 꼽는 일은 라식이다. 의사는 말했다. 안구건조나 빛 번짐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나는 그저 끄덕이며 그 설명을 흘려들었고, 시력 검사를 한 당일 라식 수술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서운 일었다. 병원이나 수술 방식에 대한 비교도 하지 않았고, 방문한 당일 받는 수술이라니. 당시의 나는 ‘안구건조’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라식 후에 시작된 안구건조. 나는 겁도 없이 각막에 손을 댄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울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슬픔이 차오르기도 전에 눈물은 잘도 흘러내렸다. 안구건조가 가져온 여러 가지 증상들은 충혈, 다래끼, 눈곱, 안통, 두통 등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뿐이었다. 이제는 안구건조라는 증상에 무뎌진 것인지, 증상이 조금이라도 완화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후회하며 울고 있다고 해서 라식을 받기 전의 (보이지 않지만) 건강한 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괴롭고 불편한 시간들이었지만 살아야 했다. 후회는 버리고 감사해야만 살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충혈이 덜하네, 눈이 덜 시리네. 요즘은 다래끼가 나지 않아, 눈곱이 많이 줄었어.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난시가 덜하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눈이 제법 잘 떠지는데.’ 하고 그날그날의 눈 상태에 감사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것이 내가 안구건조를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수술 몇 년 후인가, 시력이 저하되며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다시 맞췄다. 어떻게 버텨온 시간인데 안경을 다시 쓰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손이 잘 가진 않았다. 이렇게 엄청난 고통이 따를 줄 알았더라면 시력 교정 따위 결코 하지 않았겠지만, 받아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치열하게 적응해 나갈 것이다. 며칠 전 책에서 읽은, 시력 교정을 받고 싶다면 80세쯤 시도해 보라던 일본인 안과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