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회복 노력을 시작한 후로, 방 안에 시력검사표를 붙였다. 안과에 가면 보게 되는 비행기나 나비가 나오는 표가 아니라 온통 C자로 빼곡히 가득한 검사표다. 좁은 방임에도 몇 걸음만 떨어져 쳐다보면 몇 개 빼고는 대부분 도통 어디로 뚫려 있는지 알 수 없는 C자뿐이다.
몰랐다. 시력이라는 것이 코스피 지수처럼 하루하루 들쭉날쭉 한다는 것을. 유지되다가 단계형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은 꽤 잘 보이다가도 또 어느 날은 되려 더 안 보이는 일들이 자주 반복됐다. 빛으로 명암 구분이 되면 좀 또렷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 날씨가 흐린 날은 시야마저도 흐릿해지곤 했다.
매일 몸무게를 체크하듯이, 매일 정해진 장소에서 시력을 테스트했다. 출근길 신호등이 깜박거려도 이제는 뛰지 않는다. 도로 건너 보이는 약국 벽에 쓰인 빨간색 글씨를 읽어내기 위해서다. 약 광고로 약의 효능을 적어 놓은 벽. 읽을 수 없는 날도 있고, 두 번쯤 눈을 깜박이면 읽을 수 있는 날도 있다.
회사 내에서는 화장실에 갔을 때, 점검해 본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통로 끝에 뒤통수를 대고, 청소 아주머니의 점검표를 바라본다. 변기, 소변기, 냄새, 청소, 깨끗.. 단어가 좀 그렇지만, PC 거리와 비슷한 거리에서 그 점검표 속의 '변기'를 읽어낼 수 있을 때는 꽤 기쁘다.
돌아오는 퇴근길, 신호등에 서서 아침에 등지고 걸어왔던 쪽의 건물 간판을 향해 어제와 같은 시선을 던진다. 수학학원의 전화번호다. 각막의 눈물을 채우기 위한 몇 번의 깜박임 끝에 겨우 읽어내는 일부 숫자들. 뭉그러진 부분이 8인지 9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몇 달 후에는 반드시 읽어내고 말 테다. 나는 여전히 매일 노력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