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리를 보고 취업(#회사를 고르는 기준)하지만, 계약을 맺을 때마다 회사 앞에 월세 방을 얻어 지낸다는 동료가 있었다. 방을 알아보는 동안은 고시원에 지내더니, 어느 날인가 방을 구했다며 동료들을 초대했다.
나를 포함한 계약직 세 명은 집들이를 겸해 그의 집으로 몰려갔다. 바깥 대문에서 코가 닿을 거리의 왼쪽 철제문을 따고 들어가니, 갑작스레 화장실이 등장했다. 화장실 고유의 타일로 가득 찬 직사각형 복도 한쪽에 양변기가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진짜 웃기죠? 화장실을 지나야 방이 나와요.” 그녀는 특유의 하이 톤으로 깔깔깔 웃으며 앞서갔다.
그녀는 특유의 하이 톤으로 깔깔깔 웃으며 앞서갔다.
우리는 줄줄이 소시지처럼 뒤따랐다. 넷 중에는 가장 작은 체구였지만, 그의 뒷모습이 다부져 보였다. 방은 별다른 짐 없이 아주 단출했고 벽면에 작은 싱크대가 붙어 있었다. ‘저녁은 잘 챙겨 먹는 걸까?’ 텅 빈 방안을 보며 그의 평소 저녁 식사를 걱정하자, 대체로 누룽지를 먹는다고 답했다.
덩그러니 앉아 누룽지를 불렸을 그 방은 마치, 감춰진 수면 아래 오리가 발을 휘젓는 물속 같았다. 약속한 계약 기간 동안,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던 그녀. 그렇게 2년간의 밥벌이를 위해 열심히 발을 굴리던 그는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본가로 돌아갔다. 금세 또 머물다 떠날 집이지만, 잠시라도 제대로 된 집 밥을 잘 챙겨 먹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