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퇴직금이라는 게 없어.”
퇴사를 밝히자 사장이 뱉은 말이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사.
“알겠습니다.”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다. 바로 뒤돌아서서 회사를 나왔다.
“퇴직금이 월급에 포함되었음에 동의합니다. 뭐 그런 내용이야. 나 말고도 다 사인했을 걸.”
“아, 그래요? 그거 불법이라 소용없는데.”
“암튼 그래. 조만간 사인하라고 할 수도 있어.”
회사에 출근한 마지막 날까지 사인하라는 말은 없었다. 까먹은 건지, 어차피 신고하면 소용없는 서류이니 말로 밀어붙이기로 결심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그가 그런 서류를 내밀었다면 내가 순순히 사인을 했을지 혹은 더 빨리 회사를 나왔을지는 모르겠다.
혹은 더 빨리 회사를 나왔을지는 모르겠다.
귀띔해 준 선임 덕분에 놀라지는 않았어도 여전히 화는 났다. 나는 노동청(#노동청에 신고하세요.)에 가야 했고 퇴직금을 받기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수화기 너머의 그는 직접 와서 퇴직금을 받아가라고 소리쳤다. 동전으로 주겠다면서. 그리고 노동청이 통보한 출석일이 다 될 때까지 버텼다. 결국 출석일 바로 전날, 퇴직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당신의 귀한 아들에게는 동전으로도 줄 수 있는 적은 퇴직금보다 더 비싼 시계를 사 주었노라 자랑하던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