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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18화

왜 계약직을 하나요?

by 소소산

몇몇 동료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굳이 계약직으로 일하는지,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궁금했다. 답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워라벨, 다른 하나는 건강이었다. 정규직처럼 일이 많지 않으니 정시 퇴근이 가능한 것과 정해진 계약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일을 쉬게 되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규직은 일이 많더라고요. 정시 퇴근하려면 계약직이죠.”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요. 계속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답변은 달라도 정시 퇴근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건강을 지키려면 정시 퇴근을 해야 하니 내게는 결국 같은 대답으로 들렸다.


내게는 결국 같은 대답으로 들렸다.

수십 년을 쉬지 않고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특히 긴 노동 시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기업 안에서 해낸 일이니 말해 무엇할까. 물론 일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안식월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언감생심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계약직의 장점은 다음 직장을 찾기 전, 긴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휴가 5일이 아닌, 유럽 선진국의 직장인처럼 50일 여행도 가능하다. 그들과 다른 건 유급 휴가가 아닌, 무직 상태라는 거지만. 나야 무급 휴가도 상관없으나, 정규직 중에 그런 회사는 없었다. 만일 정기적인 장기 휴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아니 최소한 법정 연차를 모두 붙여 쓸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기업이 있다면. 어쩌면 나도 20년 근속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 여섯 번의 계약 중, 법정연차를 열흘 붙여서 쓰게 해 준 기업은 딱 한 곳(아가씨! ‘아저씨!’), 계약직이었던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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