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물론 이름 석자가 아니다. TV 뉴스에서나 듣던 ‘내정자’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맞닥뜨린 건 그녀가 다시 돌아온 날이었다. 같은 업무를 하던 옆 자리 동료의 계약이 끝나자 채용 공고가 올라갔다. 그리고 면접까지, 이상하리만치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2주 뒤에 그 자리를 다시 채운 건 떠났던 그 동료였다. 그녀는 내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결정을 내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으니, 내게 미안할 일은 아니었다.
미안함을 느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회사였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면접에 들러리를 선 면접자들이었고. 내부적으로 이미 사람을 정해 놓고 허울뿐인 면접을 진행한 거라니. 계약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채용 과정을 거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런 채용 과정을 거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계약이 만료되면 일하던 사람을 퇴사 처리하고, 설득해서 얼마 후 다시 입사시키는 과정의 반복. 재입사 제안에 응하지 않는 계약직원도 많긴 하지만, 공급과 수요가 존재하는 이상 이 기형적인 채용과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새로 뽑아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당연히 2년 동안 일했던 직원을 채용하는 편이 기업에게는 훨씬 남는 일일 테니 말이다.
어디선가는 나도, 그런 면접 자리에 앉아 있었을 런지 모를 일이었다. 회사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그 과정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먼 발걸음을 했을 수많은 면접자를 떠올리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로 이 회사가 내가 일하게 될 회사가 아닐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들어선 면접장이었을 텐데. 면접 볼 회사를 향해가는 내 발걸음이 언제나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