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계약인간 19화

장기자랑은 사회생활

by 소소산

1년+1년 계약직의 2년 차, 워크숍이라는 걸 간단다. 말이 워크숍이지 업무 이야기는 30분, 누구나 알다시피 그저 친목 도모를 위한 관광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일정이었다. 당시 그 조직은 이백여명의 규모로 약 1/3의 정직원과 2/3의 계약직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약직원도 전원 참석이라니 썩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뭐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팀별로 장기자랑을 해야 돼요. 했던 사람은 제외하고 안 했던 사람들이 준비하세요.”

했던 사람과 안 했던 사람이라니? 장기자랑을 했던 사람은 정직원, 안 했던 사람은 계약직원이었다.

‘그런 기준이면 장기자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계약직원 아닌가. 참 편리한 기준이네.’

나는 그들의 장기자랑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장기자랑을 했었으니 본인들은 제외라고 말했다. 그래 좋다, 까짓 거. 사회생활에 장기자랑이 빠질 리가 없지. 운 좋게 안 하고 넘어가나 했다. 내게도 언제고 닥칠 일이었다.


내게도 언제고 닥칠 일이었다.

다수의 우리는 소수의 그들을 위해 며칠간 열심히 연습한 노래와 춤을 기꺼이 선보였다. 우리는 재롱잔치의 주역이었고 그들은 즐거워했다. 그들은 눈이 웃었고 나는 입만 웃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앉아 미래의 누군가가 또 인내하며 준비한 잔치를 즐기겠지. 나는 결코 본 적 없는 장기자랑이라도 당신들은 앞으로도 쭉 했던 사람, 새로 온 계약직원은 당연히 안 했던 사람일 테니까.

keyword
이전 18화왜 계약직을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