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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21화

2만 원의 쓰임

by 소소산

2년은 참으로 짧아서 몇 명의 동료를 떠나보내고 나니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왔다. 퇴사하기 며칠 전, 업무상 교류가 있는 몇몇 상사들에게 메일이나 전화로 인사를 건넸다. 계약직은 끊임없이 들고 나니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일 터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두의 한결같은 대사. ‘아, 정말요? 몰랐어요.’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가족 대소사 날짜도 종종 까먹는 바쁜 세상에 하물며 그 많은 계약직 동료들의 마지막 근무일이야 아는 것이 더 이상하니.


“밥 한번 먹으려고 했는데, 못 먹겠네요.” 밥을 사려고 했다는 한 분의 말에, 나는 아쉽다는 듯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가, 무슨 일인지 잠시 와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건물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는 벌떡 일어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같이 밥을 못 먹어서, 식사라도 하세요.”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있었다.

얼떨결에 받아 든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있었다. ‘식사 값을…… 돈으로?’ 신경 써 주신 마음은 감사하지만 2만 원을 보는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분은 더 없었다. 대신 한 상사분이 내가 일하는 건물 앞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그동안 고마웠고 수고 많았다고 말하며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나는 예쁜 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얼결이 아닌,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2만 원 상당으로 보이는 목욕 용품이 들어 있었다.


그들이 사용한 돈은 같은 2만 원이지만, 그걸 받은 내 마음은 전혀 달랐다. 선물을 받았을 땐 사러 가서 고민하며 골랐을 그녀의 따스한 마음에 고마웠지만, 초록색 지폐 두 장에는 차라리 주시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돈이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두 세배의 가치를 내거나 또는 액면가의 가치마저 잃을 수 있음을,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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