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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23화

친구를 만났습니다.

by 소소산

사회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고 하지만, 나의 유일한 진짜 친구를 만난 것은 두 번째 회사에서였다. 그는 내가 이직을 한 후에도, 그 회사를 10년 정도 더 다녔다. 우린 자주 각자의 친구나 동료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자기 자신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챙기는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뭐야? 장점이 뭔데?”


그는 친구들의 장점을 보며 자신도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 멋진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같은 학교나 회사를 다녀서도, 취미나 취향이 같아서도 아니었다. 그가 친구를 만나는 건, 친구들의 장점을 통해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었다.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그의 새로운 관점을 듣고 난 후, 나는 몇 안 되는 내 친구들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과연 서로 다른 각자의 장점이 즉각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어떤 친구일까.

나는 그에게 어떤 친구일까. 그는 나에게 나의 좋은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은 친구이다. 슬픔보다 기쁨을 나누는 일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일은 진심으로 함께 슬퍼할 수 있으나, 잘된 일은 오히려 백 퍼센트 진심으로 기뻐해 주기 힘들다는 말. 나는 그를 신뢰한다. 그라면 나의 기쁨도 제 일처럼 온전히 기뻐해 줄 거라고.


내게 있어 친구란 많을 필요는 없다. 친구에 관한 소박한 꿈, 아니 원대한 꿈이 있다. ‘진짜 친구’라는 나의 견고한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는 친구가 세 명 있노라 손꼽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친구를 사회에서 만났으니 나의 두 번째, 세 번째 친구도 어딘가의 일터에서 만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대하지 않는 것보단 기대하는 편이 매일의 출근을 기운차게 만들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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