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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25화

회사를 고르는 기준

by 소소산

이직을 하며 면접을 반복하다 보니, 나만의 회사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 첫째, 거리. 업무의 양만큼이나 워라밸을 좌우하는 건 물리적 거리다. 편도 소요 시간이 최대 한 시간을 넘으면 쳐다보지 않는다. 둘째, 법정연차.(#국경일은 연차입니다)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는 회사인지. 아무리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셋째, 야근빈도. ‘야근 거의 없어요.’라고 해도 야근이 있는 건 당연지사, ‘야근 많아요.’라고 말하는 곳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넷째, ‘OO데이’라는 이름으로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는 회사는 제외한다. 정시 퇴근이 가능한 회사라면 절대 필요 없는 제도다.


회사도 나를 고르지만 나도 회사를 고른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상사의 품격. 회사도 나를 고르지만 나도 회사를 고른다. 그들이 나를 면접 보듯, 나도 면접관들을 면밀히 살핀다. 이 면접관은 내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상사일까? 과연 내가 일할 수 있는 회사인가? 마치 내가 면접관인 양,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질문하고 어떤 업무 성향일지 상상해 본다. 상사의 품격은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중요하다. 겨우 한두 사람에 의해 조직이 좌지우지될 수 있으니.


나는 지금 이 다섯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멀지 않고, 최소한의 법을 지키고, 잦은 야근이나 수상한 ‘OO데이’가 없으며,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 회사. 고르고 고른 회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유인간이 되고픈 욕구가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회사란,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사표를 뭉치로 품고 다니는 곳이니까. 동료 중에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관두더라도 의아하지 않은 것은, 그에게는 결코 ‘하루아침’이 아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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