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군데 면접을 보다 보면 한 달쯤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나는 부양가족이 없는 덕에 다시 빨리 일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없이 느긋하게 구직활동을 해 왔다. 다만, 한 가지 지키는 루틴은 출근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도서관에 가는 일이다.
계약인간일 때는 회사로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자유인간일 때는 도서관으로 갔다가 돌아온다. 반복되는 매일은 그 배경이 회사이건 도서관이건 의미가 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루틴 있는 일상이란, 몸과 정신 건강의 밑바탕이 되어 준다. 또한 길어지는 구직활동에서도 중요하다. 나는 몸과 마음이 올곧은 건강한 인재임을 어필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달까.
도서관에서의 시간은 오히려 회사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
도서관에서의 시간은 오히려 회사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 그건 아마도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기 때문일 것이다. 마주하는 것은 오직 나와 책뿐, 사람과의 대화 없는 단조로운 매일은 내가 느끼는 시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시간의 경계가 무뎌지면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금세 한 달이 된다. 그러나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위안을 받는 이유는 책과 자기 자신만으로 오롯이 하루를 채우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다.
물론 서가의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수험서를 읽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책의 종류가 뭐 중요하겠는가. 그들도 나처럼 다시 뛰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사실만은 같을 테니. 학교 시험 준비로 삼삼오오 몰려온 학생들도, 시험 합격을 위해 종일 도서관에 붙어 있는 청년들도, 재취업을 위해 잠시 도서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아저씨도 아무쪼록 좋은 결과 얻으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