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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 Aug 31. 2024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은 휴가뿐이 아닙니다

외출박을 알고 있니~ 휴가낭비 보다좋아~

최근에 현대인들은 리프레시(refresh)한다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사전에서는 '상쾌하게 하다', '원기를 회복시키다' 등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 뭐, 사실상 영어 단어에 적힌 그대로다. re(다시를 의미하는 접두어) + fresh(신선한, 생기있는). 다시 생기있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지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오죽하면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많이 지치는 상태를 의미하는 신조어인 '토스트 아웃(toast out)'이라는 말도 있겠는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그런 얘기는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제 역량보다 자신을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의 습성인데, 우리는 그것을 '자신감'이라고 부른다. 이 정도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 자신감이 적절한 수준일 때를 벗어나서 지나치면 '자만'이 되는 것이고, 부족하면 '자존감이 낮다'라고 표현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과한 것을 타인, 회사, 넘어서는 사회와 세상이 요구한다고 생각해서 쉽게 지친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자만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자만하는 사람도 사실상 지치기 쉽다고 본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욕만 과다해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지치기 쉽다. 적절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나 자만하는 사람 쪽 그 어느 쪽으로든 유사하게 지치기 쉬워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에게 리프레시라는 말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으로 치면, 환기를 하는 것이다. 열기가 너무 올라서든, 에어컨의 한기가 너무 세든, 내부가 습하거나 건조하든 간에 사람들은 환기를 하면서 새로운 공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찾아온 새로운 공기는 분위기를 바꾸고 사람들에게 있어 좋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리프레시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적이고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자신에게 환기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런 환기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그걸 통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가' 정도로 귀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워커홀릭(일에 광적으로 몰두하다 못해 일을 하는데 있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여가 시간은 가지듯이 말이다.


군인에게도 그런 시간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훈련, 상관의 지시, 고립된 장소, 정신적 피폐함... 모든 요소를 이 안에서 해결하기란 어렵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안정을 잘 찾는 사람이라도 그건 어렵다. 물론 그걸 종교적인 힘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종교적인 시간도 일과나 작업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여가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각설하고, 군인에게 가장 좋은 여가는 아무래도 이 곳을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여기에서 핸드폰을 주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다고 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카메라부터 해제를 못 하는데 SNS 중독인 사람들은 아주 고달플 것이 아니겠는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티빙과 같은 OTT 서비스를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휴가를 나간다. 육군 기준 기본 연가 24일과 추가적인 포상/위로휴가 등의 방법으로 받을 수 있는 휴가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궁극적으로 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휴가가 가장 큰 리프레시가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는 사람들이 비교적 조금 더 아껴 쓰려는 경향이 있고 자주 사용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바깥은 나가고 싶지만 휴가는 최근에 나갔거나 아직 나갈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합법적으로 군인들이 주둔지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외박'와 '외출'이다.


생각보다 외출박은 간과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휴가는 길게 나가려면 마음먹고 15일도 나갈 수 있다. 특히 전역 전 말출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껴야하다 보니 안 쓰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길게 쉬다 와도 아쉬움은 엄청나게 남기 마련이다. 그런데 외출박은 훨씬 짧다. 외출은 당일출발 당일복귀, 외박은 당일출발 익일복귀. 심지어 필자의 부대는 후방지역이다 보니 어딘가 가려고 해도 거리가 만만치 않고... 위수지역 내에서 도는데도 버스가 워낙 안오니 택시밖에 답이 없다. 요즘 택시비란... 하하, 헛웃음밖에 안나온다.


시간은 짧지, 나가는 돈은 돈대로 나가지. 그래서 상병 초까지만 해도 외출박은 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참아서 나중에 휴가를 나가고 말지. 오죽하면 중대장님께서 외출박같은 것을 나가서 휴식을 취하다 오는 건 생각해보지 않냐고 물어보실 정도겠는가?


이번에 그런데 소대 인원들과 외출을 나갈 기회도 있었고, 부모님 동반 외박도 나갈 기회가 있어서 최근에 첫 외출과 첫 외박을 나가게 되었다. 그때의 내 감상이란,


왜 이때까지 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외출박을 나갔을 때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너무 부각시켰던 것이다. 그럼 장점이 뭐가 있길래 그러냐고 한다면...


첫째, 그 누구도 내 취침과 기상에 간섭하지 않는다.

외박에 한하여의 이야기지만, 일요일 아침에도 기상나팔을 들으며 끔찍한 하루를 시작하던 나였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라진다. 그 누구도 나에게 취침시간을 강요하거나 이때까지 못 자게 두거나 하지 않는다. 피곤하면 일찍 자면 그만이고, 아니면 주변인들과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일어날 때도 굳이 정시가 아니어도 좀 늦게 일어나도, 일찍 깨지면 일찍 일어나면 그만이다!


둘째, 근무에 들어갈 일이 없다.

주말에도 상황병 근무, 당직 근무, 불침번, CCTV 근무, 위병소 근무 등 다양한 근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쉽게 말해서, 주말이라고 완벽하게 쉬는 날이 있을거라는 기대는 가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외출박을 나가면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유로운 주말을 즐길 수 있다는 그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의 요소이다.


셋째, 주변인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빠르게 찾아온다.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여자친구 동반이거나, 친구 혹은 가족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외출박은 당장 우리도 그들을 만나서 좋지만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평균적으로 군인들이 휴가를 나가는 시기는 세 달에 한 번 꼴(물론 평균의 극단적 원리를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인데, 그마저도 훈련이 겹치거나 출타 통제가 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 사이에 보지 못한 사람들을 외출박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일 것이다.


넷째, 주둔지 바깥으로의 해방감은 휴가와 동일하다.

휴가와 동일하게 주둔지 바깥으로 향하여 여가를 즐기다 보니, 안쪽에서는 하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었다면 외출박을 나가서는 (물론 그곳에서도 군법에 저촉될만한 잘못된 행동을 한다거나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하면 안되겠지만) 그 제한이 많이 풀리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PC방/찜질방/노래방/카페/식사 정도가 대부분의 외출박 코스가 된다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에도 따지고보면 이런저런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장담하건데, 단점만 보고 장점을 무시하기에는 꽤나 장점이 크게 다가온다. 아직 나가본 적 없는 이걸 읽는 군인이거나, 아니면 군인 자녀를 둔 부모님이거나 군인 남친을 둔 여친이라면 한 번쯤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전입 초반에서 상병 초 때의 내 생각과 비슷하게 단점 때문에 아쉬움이 커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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