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이 완공되면 나는 다시 혼자 올 것이다.
바르셀로나 숙소를 한인 민박집으로 정한 것은 순전히 한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매 끼마다 한식을 먹기는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체내에 한식을 넣어줘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어젯밤 9시쯤 도착해 체크인을 할 때는 방에 빈 침대만 있을 뿐 아무도 있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요술처럼 밤 사이에 들어와 잔 여행객들이 어느새 나갈 준비를 하느라 머리를 매만지고 있고, 몇몇은 아직 침대에서 자고 있다.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었으며, 주로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지만 그들 중 일부는 여행카페를 통해 그날 함께 관광하고, 식사하고, 사진 찍어줄 친구를 구한다. 친구는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 굳이 혼자 와서 굳이 여행 파트너를 구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고,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즐기는 여행은 나름 신선한 느낌도 나지만, 쉰세대인 나로서는 아직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주방 식탁으로 하나 둘 여행객들이 모여들어 한식으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 인사를 나누기는 하나, 거기까지다. 타인에게 사적인 내용을 묻거나 관심을 나타내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고, 어차피 식사가 끝나고 나면 헤어질 짧은 인연이다. 어디를 다녀왔고, 어디를 갈 예정이라는 간단한 여행브리핑이라도 주고받으면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눈 편에 속한다. 사적인 물음 그깟 것이 뭐 대수라고 나 역시 낯가림을 내비치며 그저 눈인사만 나누고 서둘러 밥만 먹고 일어난다.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익숙해졌다.
스페인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성가족 성당은 1882년 공사를 시작해서 그 이후로 144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가우디의 추모 100년째인 2026년 마침내 완성된다고 한다. 내가 여행하던 2019년 9월 20일 당시에도 공사 중인 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방문객들로 성당의 안과 밖이 붐비고 있었다.
성당에는 동쪽에 탄생의 문, 서쪽에 수난의 문, 남쪽에 영광의 문이 있다.
성당의 내부는 더욱 굉장한 것이어서, 어쭙잖은 묘사는 생략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설명처럼, 내부 어디에서도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다. 시원하게 올라간 높은 천장과, 나무처럼 쭉쭉 솟아있는 모나지 않은 기둥들, 형형색색의 스태인드글라스, 훌륭하고 섬세한 조각까지, 가히 가우디의 세계관과 종교관, 예술관이 모두 집약되어 있는 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흐름대로 내부를 다 둘러보고 나면 종탑으로 향하는 통로가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드디어 탑에 오른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만 내려올 때는 나선형 돌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좁은 나선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종탑 관람은 예약이 필요하다.
성당 외부에는 가우디 전시관이 있다. 성당을 둘러보고 게이트로 나가기 전에 왼쪽으로 돌아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지하층 전혀 화려하지 않은 관 속에 조용히 가우디가 잠들어 있고, 1층에는 그의 건축공법을 한눈에 보여주는 모형도 있다. 힘도 들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지만 일단 출구로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으므로 절대 지나치지 않는다.
혼자 하는 여행이니 모든 것이 내 맘대로다. 만약 앱이나 카페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같이 다닌다면 덜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자유를 내어주어야 할 것이다. 나와 함께 하는 혼자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가우디는 성당을 건축하는 동안 수많은 공사인부들의 자녀를 위해 성당 옆에 가우디 학교를 지어 그들이 공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재정적인 지원도 하였다고 한다. 위대한 사람은 정말 다르다.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는 그렇게 사람도 사랑하였구나!
가우디가 남겨놓은 설계도에 따라 성가족 성당은 오늘도 건축을 이어간다. 성당의 완성된 모습을 보기 위해 나도 2026년 스페인 재방문을 기약해 본다. 그때도 물론 혼자 올 것이다. 이미 자유의 꿀맛을 봤기 때문이고, 혼자일 때 그 맛은 온전히 달콤하기 때문이다.
아, 그때는 낯선 이의 사적인 어떤 질문도 흔쾌히 받아줄 것이며, 차 한 잔 놓고 나누는 긴 대화도 물론 환영이다. 모나고 각 지고 상처 있는 우리들의 어슷비슷한 삶의 모습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