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발령 에피소드 (1)
올해도 3.1자로
임용시험 합격자들의 신규 발령이 났다.
그리고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새 출발이 되고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약간은 절망스러운 일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2022년 9월,
나는 갑작스럽게 단양에 발령이 났고
후자의 심정이었다.
.
.
“…네?… 단양이요?”
“네.. 좀 멀죠?”
좀이요?
^^
나는 추가발령으로 9.1자 발령이 났기에 발령소식을 전화로 들었다.
이상한 확신으로 가족과 나 모두
나는 당연히 청주로 발령 날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단양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휴대폰을 쥔 두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날은 하필
운전면허 기능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학원 가기 전에 밥을 먹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었는데
전화를 끊고 먹던 밥은 더 먹지 못했다.
운전면허 학원을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가서도 기능 시험 시뮬레이션 돌리는 사람들 곁에서
멍하니 벽만 쳐다봤다.
딱히 무슨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그저 ‘단양’이라는 두 글자만 떠올랐다.
50-60대 강사님들이 계시던 학원이라 그런지
그 시절 이별 발라드가 스피커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그 공간에는 나와 발라드만이 있었다.
-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너를 가진 사람
나 밖에 없는데
제발 떠나가지 마
너 하나만 사랑하는데
이대로 나를 두고 가지 마
나를 버리지 마
그냥 날 안아줘
다시 사랑하게 돌아와
(응급실 노래 가사 중)
-
마치 스피커가
“아~ 네가 그 단양에 발령 난 애구나~?
맘껏 청주와의 이별을 슬퍼하렴.”
하고 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청주에서 태어나 24년을 청주에서 살았다.
초중고 대학교까지.
타지에 살아본 적 없는 나의 첫 타지가
연고도 없고 환경도 정반대인 단양이라고?
사실 단양이 어디 있는지도 헷갈려서 충북 지도도 찾아봤을 정도였으니
두려움과 불안감은 상당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운전면허 기능 시험은
화면 모니터에 응시생들의 합불 여부가
실시간으로 뜨는데
평소 같으면 덜덜 떨며 준비했겠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너네 갑자기 단양 살러 가본 적 있냐?
난 이번에 간다.
난 이제 무서울 거 없어,
단양 밖에..’
그렇게 시뮬레이션도 안 돌리던 내가
가뿐히 기능시험을 통과했다.
겁쟁이가
정말 무서울 것이 없던 모양이다.
그렇게 기능시험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친구랑 전화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직 단양 발령만 알고,
어느 초등학교로 발령 나는지는 몰랐던 시기였다.
“야~ 그래도 단양에 학교 꽤 있네~”
친구가 단양에 있는 그나마 큰 학교를 같이 찾아 주었다.
전교생이 150-300명 있는 학교가 두어 개 있었다.
그리고 친구가 지도와 로드뷰로 주변 상권과
운전을 위한 자동차 도로도 같이 봐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마운 친구다.)
생각보다 읍내 쪽에 위치한 학교들은 살기에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정말 고려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외의 학교들도 한 번씩은 보았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멈칫한 한 학교.
전교생이 30명 남짓이었고
산과 강, 그리고 고속도로와 함께 위치한 학교였다.
설마 이 학교에 발령 나는거 아니야?
그렇게 해탈한 듯 친구와 장난치며
심란한 마음을 진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근데 보통 이러면…
클리셰는 현실을 반영하더랍니다.
그렇게 다음 날,
9.1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집을 구할 걱정에 부담 가득했던 나는
단양교육지원청에 전화하여
어느 학교로 발령 나는지 여쭈어 보았고,
반전 없이
나는 그 학교로 발령이 났다.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나는 발령전화를 받기 전 날,
발령이 날 것을 알고 있었다.
전날 밤 꿈을 꾸었는데,
외국의 한 바다에서
투명하고 예쁜 오징어들이
잔뜩 수영하는 것을 보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꿈 해몽을 증명하듯
단양에서의 행운이 시작되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