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발령 에피소드 (2)
도시 촌사람의 첫 출근길
나는 성격이 참 급하다.
그래서 발령 발표가 나자마자 교육지원청에 전화해 어느 학교에 가게 되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관사는 있는지, 인사는 언제쯤 가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안녕하세요, 이번에 9월 1일 자로 발령받은 박노을입니다.”
전화는 교감 선생님께서 받으셨다.
마침 나에게 전화를 걸 참이셨다며 반갑게 받아주셨고, 그렇게 학교에 인사드릴 날짜를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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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아빠의 차를 타고 단양으로 향했다.
당시 나는 자차도, 면허도 없던 터라 아빠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는 ‘청주 발령 날 수도 있다’는 행복회로를 돌리며 느지막이 면허를 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 가까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톨게이트를 지나자, 산과 강이 가득 펼쳐졌다.
그 순간의 기분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
익숙한 도시 풍경 대신, 나를 감싸는 건
끝없는 초록과 낯선 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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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몇 해 전 여름이 떠올랐다.
임용 준비를 하던 시절, 부모님과 주말 계곡 나들이를 가다가 산속 초등학교를 본 적이 있었다.
‘와… 이런 데도 학교가 있구나. 이런 곳에서 근무를 어떻게 하게 되는 거지?“
그때는 그저 신기하게 바라봤던 풍경이었는데,
그게 내 얘기가 될 줄 몰랐다.
이렇게 자세히 알게 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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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에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이었다.
아빠와 함께 근처 식당에 들렀다. 메뉴는 순두부.
아빠는 맛집이라며 맛있게 드셨지만,
나는 순두부를 코로 먹은 것 같았다.
창밖엔 산과 고속도로, 벽에는 단양팔경 관광포스터.
그 풍경들이 심란한 마음에 자꾸만 겹쳐졌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그 좋아하는 밥조차 반도 먹지 못했고, 그 집 순두부의 맛은 지금까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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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온몸이 떨렸다.
발령 동기도,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첫인사.
무엇보다, 처음으로 교직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학교 입구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혹시 새로 오신 선생님이세요?”
아이들이 내 뒤에 붙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내가 알던 도시 아이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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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짚라인을 타고,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고학년도, 저학년도 할 것 없이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웃음소리가 학교 가득 퍼지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시간강사로 있었던 청주의 큰 학교에선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앉아서 놀도록 지도하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그 학교는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의 움직임조차 통제하던 곳이었다.
여기, 이 아이들은 달랐다.
자유롭게, 마음껏, 햇살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고, 또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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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 도착해 교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컴퓨터실에서 선생님들께 첫인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첫 출근 날 인사할 줄 알고 전혀 준비하지 못했는데,
마침 선생님들께서 연수를 받고 계셔서 즉석에서 인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안녕하세요. 9월 1일 자로 발령받은 박노을입니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 나 지금 조금 건방졌던 것 같은데…?’
교생실습 때처럼, 아이들한테 하듯 인사해 버린 거였다.
많이 배우겠다고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걸…
연차 많으신 선생님들 앞에서 말이다.
다행히 선생님들께서 박수로 맞아주셨고, 큰 실수 없이 첫인사는 끝났다.
(* 신규 선생님들, 첫인사는 꼭 준비해 가세요…)
업무 분장을 받고, 교과서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9월 1일, 첫 출근날을 기다리며 심란한 며칠을 보냈다.
+
그 사이 나는 도로주행 시험까지 치르게 된다.
첫 연습 날, 강사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좀 있으면 학교 가요?”
(방학 끝난 대학생으로 보셨던 듯하다.)
“네… 학교 갑니다.”
“학교가 어디에유?”
“… 단양이요.”
“오? 내가 단양 사람인디? 혹시 선생님이여유?”
그렇게 청주에서 단양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나의 첫 도로주행 연습은 마치 제임스 코든의 드라이빙 인터뷰처럼 흘러갔다.
문제는, 그 제임스 코든이 나였다는 것.
단양초 몇 회 졸업생이시고, 어디서 사셨으며…
쉬는 시간에는 단양 사진도 보여주셨다.
여기는 청주인데
단양 사람이 생각보다 많구나 싶어서 정말 반가웠고,
강사님께서 너무 친절하셔서 마음이 따뜻했다.
그런데 강사님…
사실 저 진짜 머리털 나고 처음 도로주행이었어서 조금 많이 무서웠어요.
운전하며 대화할 단계는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이제 단양 사람 된다고
서비스 강의 더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단양 사람들의 친절함을 느끼는 첫 순간이었어요 :-)
p.s 저 이제 덕분에 유턴 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