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신포도는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모든 운동은 나에게 "여우와 신포도"였다.
운동을 잘할 수 있지만 시간이 없어, 돈이 없어, 저녁일하고 오면 너무 피곤해, 누구보다 난 잘할 수 있어. 단지 지금 하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어~ 가 나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그런 지론과 무색하게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갑자기 맞이한 절벽 막다른 골목처럼 펼쳐졌다. 퇴직을 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특히 갱년기 여성으로서 "관절고통"은 그냥 상수로 여기고 약 바르면서 살아왔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서 인지 어깨와 등통증, 손가락 통증은 기본이었다.
관절통은 죽지는 않아~ 딱 죽지 않을 만큼 아프고 힘들 뿐이야.
이런 마음으로 지내온 지 오래되었다. 여러 가지 운동들을 리스트에 올리고 적어도 일 년을 성실히 하면 그까짓 것 건강도 챙기고 살도 빠지고 친구도 생기고......
뭐 이런 상태였다.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온갖 운동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머릿속으로는 골프는 이미 프로급이고, 헬스로는 이미 바프 몇 번 찍은 사람이 되었다.
제일 간단하게 집 앞에 있는 탁구장을 방문하고 호기롭게 등록을 했다.
탁구를 배우면 어느 정도 즐거움도 있고 운동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 앞 탁구장에 회원모집이라고 쓴 글을 보고 용기를 냈다.
옷과 운동화를 준비하고 레슨도 끊었다.
늘 나답게 마음만 프로라서 자세를 잡고 탁구를 배웠는데
아뿔싸~ 탁구장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저녁시간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탁구 왕초보는 걸림돌일 뿐 누구 하나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
애꿎은 기계를 마주 보고 나 혼자 서브를 배웠다.
오기가 발동해서일까? 나의 신체나이를 무시하고 매일 가서 열정적으로 기계와 공을 미친 듯이 쳤다.
남편이 몰래 와서 뒷모습을 보고는 "무슨 당신은 천천히 즐기면서 하지 죽을 듯이 그리 치냐?"라고 한마디 했다. 나는 수백 수천 개의 공을 치고받고 하다가 겨우 이주일 하고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말았다.
레슨비도 등록비도 다 날리고 조용히 몰래 가서 신발을 챙겨 오고야 말았다.
치료가 끝난 후 다시 기본을 튼튼히 해보기로 했다. 너무 근력이 없으니 일단 기본 중의 기본 헬스를 시작해 보자. 또 집 앞 헬스장 등록을 했다.
젊은이들이 용트림을 내면서 다들 열심히 운동 하는 모습을 보니 힘이 솟아났다.
또 의욕이 앞서서 할인율에 마음이 돌아서 거금의 트레이너비를 지불하고 헬스를 시작했다.
이미 어깨가 라운드숄더이고 온 관절이 아프고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근육통에 시달렸다. 또 2주를 열심히 가고는 어느새 머릿속에는 안 갈 구실을 먼저 찾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등근육이 다치고, 팔꿈치가 아파왔다.
안 그래도 하기 싫은데 핑계까지 생겨서 한 달을 쉬고 두 번가고 또 한 달 쉬고 두 번가고........
결국 이 길도 아닌 것 같아서 결국은 돈만 날리고 말았다. 요가도 힘들게 끊어서 가보았다.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것은 힐링요가뿐이었는데 그나마 태반이 다 폐업이고 할 수 있는 곳은 고난도 요가뿐이어서 또 접었다. 결국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둘레길 걷기"로 다시 접어들었다.
걷는 것 한 가지는 자신이 있어!!!
운동을 해내지 못하는 나에 대한 위로 때문인지 더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헤드셋도 준비해서 영어도 들어가면서 걷기를 하면 사뭇 해방감도 들고 날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한 달이나 걸었을까?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과유불급인 줄 알면서도 또 나는 반복하고야 말았다.
한심하고 답답하다.
그래~ 내가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은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조차 못하니 그때부터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우울감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덮치고 하루 종일 누워있게 했다. 하루에 얼굴 한번 겨우 씻는 것 외에는 바깥외출도 싫어졌다.
등근육과 어깨가 아파서 잠을 들 수가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난 깨달았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는 선상에 서 있지만 신체는 늙어가나 포장만 더해서 덜 늙어보일 뿐이라는 것을.
염색하고, 치과다니고, 피부과 가고, 머리도 가꾸고 그래서 젊어보일 뿐
그런 꾸밈이 없는 신체의 내적상태는 딱 내머리 속에 남아있는 옛날 엄마, 옛날 할머니 모습 그대라는 것을.....
이미 늦은 것일까?
내 신체건강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설마?